[단독]노조 보조금 지원사업 신청자격 넓혔더니…신규 단체가 '절반'

이정현 기자 심언기 기자 2023.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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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마감 결과 34곳 중 신규 17곳…작년에는 38곳 중 5곳 불과
양대노총 지원액 줄 듯…고용부 "새 단체에 사업 예산 50% 할당"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심언기 기자 = 정부가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 대상범위를 확대·개편하면서 올해 신규 단체 참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해당 사업의 지원대상은 '노동조합'으로만 규정돼 있어 사실상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이 90% 이상을 차지해왔는데, 정부는 이를 개편하면서 지원대상 자격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까지 확대·포함했다.

이를 두고 '노-노 갈라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신규 단체 참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양대노총에 돌아갈 국고보조금 지원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는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에 56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노동단체에 44억7000만원,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에 11억3000만원을 지원한다.

노사관계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이 사업은 노동단체 및 비영리법인이 수행하는 각종 사업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조들은 지원금을 활용해 간부교육이나 각종 국제교류 사업 등에 사용해왔다.

그동안은 지원 자격이 '노동조합'으로만 규정돼 있던 탓에 대부분의 지원금은 양대노총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지원대상 자격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로까지 확대하면서 신규 단체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올해 지원사업 신청을 지난달 27일 마감한 결과 34개 단체가 신청했는데, 그중 신규 단체 참여가 절반인 17곳(50%)에 달했다. 지난해 38개 신청 단체 중 신규 단체 수가 5곳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사업심사 및 지원자 선정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양대노총의 지원금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지원혜택이 대기업 중심 노조로 조직된 노조에만 편중돼 다수의 미조직 근로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이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신규 단체에 대한 지원 비중을 전체 예산의 50%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개편안 규정을 보면 사업 신청 시 제출서류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지 제12호 서식의 증빙자료를 추가했는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단체는 선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국내 노조를 양분하고 있는 양대노총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에 대한 보조금 수령을 깐깐하게 따지겠다는 얘기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은 노조 탄압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2022.12.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에 대해 회계자료 비치·보존 의무 준수 여부를 자율점검한 뒤 지난 2월15일까지 결과를 보고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그 결과 대상 노동조합의 36.7%(120개)만이 점검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9일 아직까지도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 52개 중 5곳에 첫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 47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노총은 고용부가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안'을 입법예고(2월27일) 한 기간에 의견을 제출했는데, 개정 운영 규정의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당시 의견서에서 "운영 규정 개정안의 모법인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은 국가가 위탁·보조할 수 있는 대상을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개정 운영 규정은 노사관계발전법에서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를 임의로 위탁·보조의 대상에 추가하는 개정안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새로운 신규 단체들의 진입에도 소위 'MZ 노조' 대표로 관심이 높았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달 새로고침 협의회는 내부 표결을 거쳐 고용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안'에 신청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협의회는 '설립한지 약 1개월밖에 되지 않아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나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 '협의회의 자주성을 키우는 것이 선결이라는 점'을 미신청 사유로 들었다.

정부는 지원사업 개편안을 밝히면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같은 신규 MZ노조 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양한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근로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개정된 운영 규정 취지에 맞게 신규 단체 신청이 늘었다"면서 "공정한 사업심사 등 평가절차를 통해 지원단체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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