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여건, 경기대응 신경써야"…전문가들 조언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앞으로 정책 무게추를 '물가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의 '상저하고' 흐름을 예측했지만 반도체 경기·금융 불안 등으로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대응을 위한 연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선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16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주요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목표치(1.6%)에 비해 비관적이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종전 대비 0.2%포인트(p) 낮춘 1.5%로 전망했다.
△지난해 7월 2.1% △10월 2.0% △올해 1월 1.7%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다른 기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2.3%(9월)→ 1.5%(4월) △피치 1.9%(9월)→1.2%(3월) 등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반면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월 5.2% △2월 4.8% △3월 4.2%로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이달부터 3%대에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정부·한은은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물가안정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경기 대응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신호가 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는 안정 요인이 있지만 경기는 악화할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반도체 경기회복 신호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미·중 갈등 문제 등도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경기는 IMF의 경제전망치 하향조정에도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IMF·세계은행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요인 중 하나는 예상보다 부정적인 세계 반도체 사이클(업황 주기)"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은 한국의 수출과 투자 양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통화긴축·주택시장 조정 등도 소비에 영향을 미쳐 내수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하방 요인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꼽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침체도 문제지만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불안정해졌다"면서 "금융안정 쪽에도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에서 새어나온 금리인하 기대와도 무관치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경기둔화 우려·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당국도 금리인하 시점을 두고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한은도 최근 발표한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경제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융 불안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미국의 중소형 은행 발(發) 금융 불안에 따른 향후 신용공급의 위축,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기조에 따라 올해 미국 성장률이 0.2∼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국내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뚜렷한 경기 반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성장은 중국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경제위기를 벗어나게 하고 성장세로 돌아서게 할지 불확실한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추경 편성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정부는 아직까진 추경 편성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전문가들도 추경이 경제에 미칠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하 교수는 "정부가 예상한 대로 (경제 상황이) 가지 않으면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상저하고'를 예상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역할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속에서 물가 불안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성 교수는 "추경 편성으로 물가 압력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제는 지금의 (물가 전망) 수치가 앞으로의 전기·가스 요금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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