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냐 물가냐"…고민 깊어진 정부, 그리고 한은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다. 물가 상승폭은 둔화세지만 안심할 처지가 아닌데다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한은 모두 "아직은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은의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최근 들어 잦아진 정부의 경기 부진 우려 목소리를 고려하면 정책 대응의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점차 옮겨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2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오면 정책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가 경기 부진을 우려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추 부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동행기자단과 만나 "과거 1·2차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올해 세계 경제가 최근 30~50년 중 가장 안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올해 경기 부진을 피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지난 14일 '최근 경제동향'에서 3개월 연속 '경기둔화 흐름' 평가를 내렸다.
추 부총리는 6월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1.6%)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정부보다 낮은 1.5%로 제시했다.
추 부총리는 "수출, 소비, 투자 등 여러 변수를 보고 당초 전망대로 갈 수 있을지 등을 그때 진단하려 한다"며 "IMF 전망치가 나왔다고 당장 (전망치를 낮출)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2회 연속 동결을 결정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IT(정보기술) 경기 부진 심화 등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월 금통위와 비교해) 이번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고려가 더 커진 것이냐"는 질문에 "사실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지난번 전망보다 성장률 예상치가 조금 떨어졌다는 것은 당연히 그쪽(경기)에 무게가 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첫 번째 맨데이트(의무)는 물가 안정, 두 번째는 금융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와 마찬가지로 추 부총리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임을 강조하지만 정부와 한은은 공통적으로 물가상승률 둔화를 예상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2분기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도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공식 평가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부와 한은 정책 초점은 점차 경기 대응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부총리는 지난 2월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물가 안정이 되면 정책을 경기부양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는 시기가 정책 전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에서도 "경기 대응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기 대응 '시기'와 '방식'을 두고는 정부와 한은 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추 부총리는 경기 대응으로의 정책 전환 시점과 관련 "아직 봐야 한다"며 "통화 신용 정책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진작의 제1 수단은 통화신용정책",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경기 대응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추 부총리 발언에 비춰볼 때 경기 대응의 중심을 재정이 아닌 기준금리 인하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3%까지 갈지 불확실하다"며 "금리를 낮추려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해 아직은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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