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금융불안은 안정화 조치로"

박슬기 기자 2023. 4. 1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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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고 금융불안에 대해선 시장안정화 조치로 분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16일 한은이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긴축 기조하 금융불안 발생시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응 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한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고 물가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높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3월 미 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 매각 사태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가지만 금융불안에 대해서는 국채매입, 신규 대출제도 도입 등 별도의 수단을 통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9월 국채금리 급등에 대응하여 650억 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을 결정하면서 이 조치가 금융안정 목적이며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긴축 기조와 배치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후 11월에 개최된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당초 예고한 대로 0.75%포인트 인상(2.25%→3.0%) 했고 국채 매각도 계획대로 진행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지난달 12일 SVB 사태의 여타 지방은행 확산을 막기 위해 은행을 대상으로 한 신규 대출 프로그램(BTFP)을 도입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설립한 가교은행에도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4.50~4.75%→4.75~5.0%)하고 양적긴축(QT)도 기존 계획대로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도 지난달 19일 UBS가 CS를 인수·합병하는데 최대 2000억 프랑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그 다음주 개최된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상(1.0%→1.5%) 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는 한편 금융시장에 발생한 불안에 대해서는 대출,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시장안정화 조치로 대응하는 등 분리대응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시장안정화조치는 금융안정 목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국장은 "지난해 4분기 한은의 부동산 PF 관련 자금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도 주요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 환매조건부(RP) 매입 등 한시적·선별적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면서도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나갔는데, 이를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가 조기에 안정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물가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높은 수준에서 점차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유국의 추가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와 폭, 그리고 2차효과 등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홍 국장은 "이러한 물가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경우에는 지난해 4분기에 그렇게 했듯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기조를 이어나가고 금융불안에 대해서는 시장안정화 조치 등을 통해 분리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금융부문이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는 금융우위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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