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피해에 생계 막막..."해외에선 가해자가 양육비 지급"
학비·양육비 눈덩이…맏아들 "학업 중단도 고민"
"책임 더 물어야"…미국에선 '벤틀리 법' 등장
미국 20여 주에서 검토…우리 국회도 법안 발의
[앵커]
음주운전은 피해자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중대 범죄인데요,
피해자 가족의 삶에도 영향을 줘서, 특히 음주운전으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선 가해 운전자가 숨진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입니다.
[기자]
배달을 나갔던 아버지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한순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장을 잃은 슬픔과 함께 찾아온 건 당장 코앞에 닥친 생계 걱정입니다.
곧 제대해 복학하는 첫째와 둘째의 한 학기 등록금만 천만 원, 막내는 갓 고등학교에 들어가 아직 어립니다.
가계의 유일한 소득원인 분식집을 이제 어머니 홀로 꾸려가야 해서, 맏아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취업 준비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음주사고 피해자 맏아들 :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일단 걱정이 많이 됩니다. 복학하지 않고 자격증 같은 거 따서 회사에 취직할까, 그냥 얼른 돈부터 벌까 하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부모, 특히 생계비를 벌던 사람이 음주 차량 때문에 갑자기 숨지면, 남은 식구는 큰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됩니다.
미성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경우, 월 소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부모가 크게 다치거나 숨진 가정의 자녀에게 정부가 장학금과 생활비 대출 등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기초생활급여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아니면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자녀에게서 부모의 사랑과 경제적 울타리를 앗아간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선 음주운전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5살 어린이 벤틀리의 이름을 딴, '벤틀리 법'이 등장했습니다.
피해자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음주운전 가해자가 직접 양육비를 지급하는 게 골자로, 테네시 주에서 지난 1월 처음 시행된 데 이어, 다른 20여 개 주에서도 비슷한 법이 발의됐습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재판부가 가해 운전자에게 피해 유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하는 법안 3건이 지난달 발의됐습니다.
[허민숙 / 국회 입법조사관 : 부모를 잃은 아이의 관점에서는 생애의 대단히 중요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상실하는 거에요. (벤틀리 법은) 평온한 환경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합의금이나 형사처벌로 죗값을 다 치렀다고 여기는 동안, 사고 이후 삶이 송두리째 바뀐 피해자와 그 가족은 남몰래 고통을 감내하기 일쑤입니다.
이제는 가해자들이 자신의 저지른 범행이 가져온 결과에 제대로 책임지고 배상하게 할 방법이 뭔지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촬영기자 : 이근혁
그래픽 : 홍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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