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또 숨져…전세금 올려줬다 못받아

6,800만 원에 계약했다가 9천만 원으로 올려준 보증금
보증금 7천만 원 떼여 숨진 30대 이후 두 번째

지난 2월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 / 사진=연합뉴스

120억 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또다시 숨졌습니다.

14일 오후 8시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2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와 함께 사는 친구가 외출 뒤 집으로 돌아왔다가 방 안에서 숨진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방 안에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당한 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해왔습니다.

2019년 준공된 해당 주택에 같은 해 8월 입주할 당시에는 전세금 6,800만 원에 계약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전세금을 9천만 원으로 올려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주택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5,600만 원은 받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책위 관계자는 "A씨는 재계약 때 전세금을 대폭 올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다"며 "2021년에 해당 전세금으로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재계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전세 사기 피해가 원인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보증금 7천만 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휴대전화에 메모 형태로 남긴 유서에는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건축업자 B씨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등 공범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 [ smiledrea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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