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 경기 얼어붙어… 반도체 수출 회복에 ‘사활’ [심층기획-한국경제 ‘복합위기’]
2023년 누적 무역적자 258억6100만달러
역대 최대 기록한 2022년치 절반 넘어서
유가·환율 흐름 불안 탓 물가도 살얼음
안전자산 선호 영향 자산 양극화 심화
전문가 “적극적 내수부양책 고민할 때”
물가 상황도 쉽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년 전보다 4.2% 상승해 전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물가 판단 근거로 중요하게 바라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으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와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325.7원에 마감했다. 최근 환율은 꾸준히 1300원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장기간 환율 ‘1300원대’를 기록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 한국경제에 침체 상황이 왔을 때였다. 유가 역시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기습적 감산 발표 후 가격 상승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물가 불안이 언제든 가시화할 수 있다.
경기 부진과 물가 불안은 결국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만 몰리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자산의 양극화’다. 신용등급 ‘A’인 신세계건설은 최근 2년 만기 회사채 800억원어치에 대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량물과 비우량물의 갈림이 심해져서 비우량물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시장 조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방이 어려운 형국이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반기 수출상황에 대한 기대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수출이 여름부터 개선의 조짐이 있을 것 같다”며 “여전히 ‘상저하고’일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출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반도체 경기회복이 변수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의 바닥이 다져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당분간 가격 하락세는 지속하겠지만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거래가 확대되고 구매자들의 주문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출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여부도 큰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제로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3%에 머물렀다.
정부 대응이 쉽지 않겠지만 내수부양책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는 주문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상반기에 많이 배당해놓아서 재정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추경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분석도 있다”며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이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부양책을 쓰면서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써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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