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우크라 평화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 검토"

허고운 기자 2023. 4. 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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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장관 "DMZ서 방한일정 시작…북한에 단호히 대응할 것"
박진 외교부 장관과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3.4.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나라와 독일 외교장관이 15일 서울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양국 관계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이날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개최해 공통 관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 장관은 전략대화 이후 언론브리핑에서 "양측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적·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관련 외교적, 경제적 조치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저와 베어복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 보전과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독일 취재진이 "포탄이나 무기 지원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조금 더 강력히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으나, 한·독 외교장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거듭된 무기·탄약류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군수물자는 '비살상용'만 지원이 가능하단 입장을 밝혀왔다.

베어복 장관은 "우리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같은 여러 국가와 협력을 좀 더 강화하려고 한다"며 "안보전략이나 여러 가지 측면을 통해 협력을 공유하고자 하며, 무기 공급도 이 측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베어복 장관은 "작년 10월 무기 공급과 관련해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무기 공급 감독법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작년 1억달러에 이어 올해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한 점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인도적인 지원,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지원, 인프라 구축 지원 및 재건 지원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베어복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베어복 장관은 "대한민국은 러시아 침략을 강력하게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제재 조치에 참여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대가를 감수했다"며 "우리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전략대화에서 북한이 최근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도발을 위협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독일이 국제사회와 단합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다"며 "한반도 통일 비전 외교 추진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도발을 중단하고 또 조속히 비핵화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며 "양국은 북한의 심각한 인도적, 인권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어복 장관은 "이번 대한민국 방문을 비무장지대(DMZ)에서 시작했다"며 "이곳에서 북한과의 갈등과 긴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었다. 유럽은 대한민국이 미사일 테러 위협에 항상 처해있다는 점을 잊고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베어복 장관은 "국제법 위반인 미사일 발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실제적인 위협"이라며 "대한민국의 파트너인 독일은 항상 여러분 편에 있으며 북한의 공격적인 태도와 지속적인 국제법 위반을 우리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어복 장관은 "양국은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긴밀한 공통점과 연관고리를 맺는데, 대한민국 국민은 계속해서 일상에서 분단의 경험을 하고 있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서로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해도 된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이날 전략대화에서 우리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독일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인태 지역에 관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양국의 인태 전략 간 협력 가능한 분야를 모색해 나가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박 장관은 "이번 전략대화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과 외교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한·독 관계와 관련해선 "우리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 등과 같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독일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가로서 유럽의 중요한 파트너이고, 특히 글로벌 혁신국가로서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장관은 "올해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간 고위 인사 교류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양국은 세계경제 불확실성, 공급망 위기, 기후 변화, 디지털 격차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고 경제안보, 인공지능, 첨단기술 분야에서 상호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진 외교부 장관. 2023.4.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베어복 장관은 "정확히 6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이주 노동자가 독일에 왔다"며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양국의 긴밀한 유대관계 초석을 다졌고, 양국 경제관계에서도 하나의 기틀이 됐다"고 말했다.

베어복 장관은 이어 "우리는 경제관계를 계속해서 강화할 것"이라며 "기후위기 완화도 논의했고 공급망 안정과 다각화를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추진과 관련해 부산의 개최 역량, 우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설명했고, "전 국민의 높은 유치 열기를 감안해 부산 입후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날 전략대화에서는 양측의 대(對) 중국 외교 정책과 관련한 대화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베어복 장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베어복 장관은 "중국은 경쟁국가이기도 하고 체제 라이벌이기도 하다"며 "중국에서 경제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독일의) 중국 전략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중국 또한 인태 지역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이고,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면서 인태 지역의 평화, 번영,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베어복 장관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한일 관계가 가까워졌다"며 "이는 대한민국 역사의 이정표로서 안정적인 미래의 기틀을 다지고 인태지역 안정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측은 이날 전략대화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차기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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