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집 잃고도…70살 산불감시원의 하루
[앵커]
지난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 이 대형 산불로 7백 명 넘는 주민들이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이재민은 집을 잃고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집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산불을 감시해 온 70살의 산불진화대원인데요.
정상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화염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집니다.
산불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음을 직감한 베테랑 산불예방진화대원 안영식 씨.
곧장 다른 산불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내가 쳐다보니까 내 집은 이미 포기가 됐고, 내가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봄철 가을철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것(산불 진화)뿐이니까. 한 집이라도 더 살려야겠다..."]
산불은 경력 20년이 넘은 진화대원 안 씨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습니다.
남은 건 부부가 운영했던 식당 간판 일부 뿐.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할아버지 때 (집을)지어 가지고 아버지·나·아들까지 벌써 내려가는데 속상한 거 말도 못하지..."]
산불 이재민이 됐지만 안 씨는 여전히 진화대원으로 현장을 누빕니다.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십니다."]
또다른 산불이 날까 야산과 논밭을 순찰하며 꼼꼼히 살핍니다.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요즘에는 농산 폐기물 소각하는 거, 그 다음에 어디 저 멀리서 연기 난다는 거 그런 거 보는 거죠."]
안 씨의 산불예방 활동은 주말과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고단한 하루를 마친 안 씨가 돌아간 곳은 집이 아닌 이재민 대피소입니다.
불편하지만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방영희/안영식 씨 아내 :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여기서 이렇게 하루 삼시 세끼 먹는다는 것도 진짜 고마운 일이고..."]
[방영희/안영식 씨 아내 : "엄청 감사한 일이죠."]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또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일자리가 있으니까 좋은 거고..."]
[방영희/안영식 씨 아내 : "그래요. 다들 고생이 많아요."]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인 다음달 15일까지 안 씨는 쉴 생각이 없습니다.
[안영식/강원도 강릉시 경포동 : "내가 맡은 일은 내가 하는 거고. 누가 뭐래도 내가 하는 거고..."]
KBS 뉴스 정상빈입니다.
촬영기자:구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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