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일정만 4개… 존재감 키우는 김건희 여사 [이슈+]

조성민 2023. 4. 1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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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경기-서울-대전 등 돌며 대외활동 활발히
“북한에 강하게 해야”…민감 현안에 목소리 내기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 동창 김승희 승진
민주 “尹, ‘김건희 라인’ 뽑아…편협한 인사관 경악”
국힘 “文 정권 탁현민과 뭐가 다른가…내로남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일 광폭 행보에 나서며 갈수록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5일 김 여사는 프랑스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며 최근 일주일새 공식 일정만 4개를 소화했다. 김 여사는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만나 환담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미처 찾지 못하는 곳까지 김 여사가 ‘커버’하는 모양새지만, 김 여사의 활동폭이 커지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에 대한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Catherine Colonna)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 일정과 관련해 “국정 또는 예산에 관한 게 아니라 사회적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행사에 영부인이 참석하고 있다”며 “각계의 참석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두 참석할 수 없는 만큼 윤 대통령도 여사가 대신 참석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지난주 ‘광폭 행보’ 속 ‘현안 메시지’까지

김 여사는 최근 일주일 사이 매일같이 대외활동을 하며 현안 메시지까지 내놨다. 김 여사는 14일 대전을 찾아 독거노인·소외계층을 위한 세탁 봉사에 참여하고 자선 경매에도 물품을 기부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들도 찾아 세탁·건조된 이불과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며 “곁에 항상 따뜻한 이웃이 있다. 늘 건강하시고 힘내시라”고 인사를 전했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이 착용했던 넥타이를 100원 경매에 기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에는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에서 진행된 ‘백원경매’ 행사장을 찾아 윤 대통령이 맸던 넥타이를 기증했다. 백원경매는 농산물 등 시장 상인들로부터 기부받은 물품을 경매에 부친 뒤 그 수익금으로 지역 내 신생아 출산 가정에 육아용품을 선물하는 행사다. 앞서 떡집과 야채가게, 기름집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먹거리를 구매하고 상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13일 63빌딩에서 열린 국가보훈처의 순직군경 자녀들을 지원하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는 전몰·순직 군경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여사는 출범식에서 “제복 입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기억하고,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경기 파주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자·억류자 가족 10명을 만나 1977년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일에는 경기 파주 국립 6·25 전쟁 납북자 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이날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생사) 확인도 안 해주고 있는데, 이런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납북자·억류자 관련 사안은 남북 실무회담 등에서 우회적 표현을 사용할 만큼 남북관계에서 민감한 문제인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목받는 김 여사…제2부속실 요구도 커져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최근 윤 대통령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대통령실 홈페이지 홍보 사진 속에도 대통령보다 많이 등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대선 전과 달리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김 여사를 두고 대통령실 ‘제2부속실’ 마련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사진사였던 장철영 행정사는 지난 5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통령실이 아니라 김건희실이 돼 버렸다”며 “(대통령실 홍보 사진에서) 누가 메인인지 모르는 거다. 이 에디터, 저 같으면 자른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여사님 사진을 이렇게 많이 올릴 생각이 있다면 제2부속실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뉴시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역시 지난 1월 “문재인 정부 때는 제2부속실이 있었기 때문에 (영부인의) 일정 정도는 관리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제2부속실이 없다”며 “그래서 관리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관리를 1부속실에서 하니까 대통령과 계속 동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 김 여사가 메인이 된 것을 두고는 “사진은 메시지다. 그러니까 그런 의도라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김건희 여사 일정은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함께 담당하고 있다. 부속실 행정관 2~3명이 김 여사 업무를 전담하고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의전을 총괄하는 의전비서관실에서도 여사 담당 직원이 1~2명 있으며 일부는 윤 대통령 당선 전부터 김 여사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던 인물들로 전해진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김 여사 관련 업무의 책임자가 누군지도,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제2부속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제2부속실 없이는 지난해 김 여사 지인의 봉하마을 참배 동행이나, 개인적 친분이 있던 민간인의 해외순방 동행 사건 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에 선을 긋고 있다.

◆김 여사 동창 의전비서관 승진에 여야 공방

윤 대통령은 15일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의 동창으로 알려진 김승희 선임행정관(의전비서관 직무대리)을 정식 임명했다. 김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이자 김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리는 주로 외교관 출신이 맡아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 인사라는 평이다.

깅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이상한 인사 파문의 끝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의 승진이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 국내외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의전비서관 자리에 영부인의 측근을 기용한 사례는 최초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김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로 소위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면서 “더욱이 그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더불어 김성한 전 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경질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여론은 무시한 채 오로지 최측근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대통령실의 편협한 인사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통령실은 연이은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물어 김태효 1차장과 김 의전비서관을 즉각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에 “헌정사상 초유의 영부인 스토킹 정당다운 변함없는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또다시 ‘영부인 스토킹병’ 도진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부터 철저히 밝히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김승희 선임행정관은 행사 및 전시 기획 분야에서 20여년간 일한 전문가로서 대선 때는 홍보기획단장을 맡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라며 “1년 가까이 대통령실에서 선임행정관을 맡아 업무를 성실히 맡아온 바, 의전비서관 승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의전비서관이 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전형적인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그간 영부인의 사생활 스토킹은 물론 순수한 봉사활동까지 폄훼했다”며 “영부인과 대통령실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정치공세 하려고 하니, 있지도 않은 의혹을 또다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직 사무총장이었던 국회의원이 압수수색을 받고, 사무부총장이었던 당 대표 최측근은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금 SNS에 실명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관련 국회의원이 십여 명”이라며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측근 비리’로 만들려는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귀국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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