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위 충북대 교수 "지역 외곽개발 대신 '축소도시' 연구해야" [원성윤의 人어바웃]
[편집자주] 올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숫자'가 있다. 첫 번째는 2022년 합계 출산율 0.78명.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결국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더욱 위기감이 커져 있다. 이는 서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은 소멸의 위기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2022년 사교육비 26조원 경신. 학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의대 집중'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소득별·지역별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진다. 아이뉴스24는 올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사교육비 급증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끝)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윤현위 충북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인천과 청주 등의 지역 문제를 20년간 연구해 온 학자 중 한 명이다. 언론 기고를 통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주제는 바로 '축소도시'다. 많은 지자체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개발 등의 목소리를 내온 것과는 반대의 이야기다.
윤 교수는 지난 14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은 계속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많은 지역 도시들이 기존 원도심은 인구가 줄어들어 밤이 되면 스산한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도시의 외곽은 계속 개발하며 확장되고 있다. 모두 '신도시 개발'에 몰두하면서 생긴 일이다. 외곽지역 중심으로 관공서를 이전하고 이에 따라 아파트를 짓게 되는데 이것이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게 윤 교수의 진단이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도시들의 원도심은 대부분 인구공동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며 "많은 연구자들이 주장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강화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 교수는 "학계에서는 축소도시를 소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총선 등을 거치게 되면 많은 후보들이 신도시 개발을 제1공약으로 내세우거나 정부에서도 택지 개발을 통한 사업 개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표시가 나기 때문에 기존 시민들을 위한 복지 정책들이 개발에 밀려 후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공기업 이전 등이 노무현 정부 이후 계속해서 이뤄져 왔지만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공기업 이전의 효과는 공기업에 종사자의 가구가 모두 내려와야 커지는데 인근 진천이나 세종에 가보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가 세종 근처를 지나다 보면 주차장처럼 시내 한가운데 버스들이 잔뜩 모여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서울로 가는 차들이다.
그는 "종사자들 중에는 미혼인 경우도 있겠지만 자녀를 둔 사람들은 자녀들이 이미 학교를 다니면 같이 이사오기가 쉽지 않다. 교육문제 때문"이라며 "그나마 교육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세종도 이런데 다른 혁신도시들은 이 문제가 더 클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근무자에게 혜택이나 다른 여타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 열의가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다수의 서울과 수도권을 떠나면 뭔가 소외되고 밀린다는 느낌을 상당 부분 갖고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결국 한국인들에 내재된 '서울 중심' 사고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지역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로도 현실화 된다. 국립대학인 충북대에 대해 윤 교수는 "서울에서 거리가 가장 가까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영향이 덜하긴 하지만 곧 위기를 체감하게 될 거라고 본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충북대가 있는 청주는 인구가 80만 명 이상이지만 차로 한 시간 거리도 안 걸리는 영동군에만 가더라도 폐교 위기의 학교들이 있는 것을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대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쟁률이 날로 줄어드는 것을 거론하며 "거점 국립대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지역 대학들은 인근 대학과의 통폐합을 하거나 자구 노력들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단순히 학교와 학교 간의 통합 자체가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통합 이후의 시너지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전임교원들 간 전공과목의 중복문제, 정원수 조정 등의 대학 내부의 현실적인 사정 또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교수는 "통합을 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학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소외·보호학문이나 기초 학문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당장 취직에 불리해 보인다고 해서 필요 없다는 인식은 대학 구성원 전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 '인서울 대학' 담론이 만들어 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거점국립대의 입학점수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 비해서 낮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런 경향은 많이 무너졌고 학기 초가 되면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추가합격해서 서울의 학교로 건너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윤 교수는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지방 도시가 단순히 쇠퇴하고 소외된 지역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수업에 적극 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요. 거점 국립대학 및 각 지역의 대학들이 지역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면 안 되고요. 현재 지역의 문제는 급격히 벌어진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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