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후임에 신체 접촉…끝나곤 "보고싶다" 17차례 연락한 부사관

삽화는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회식 뒤 후임 부사관에게 "보고 싶다" 등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낸 선임 부사관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3부(재판장 엄상문)는 최근 후임 부사관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전화를 보냈다가 징계처분을 받은 A씨가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수도권의 한 부대에서 상사로 근무하던 2020년 2월 회식이 끝난 뒤 후임 부사관인 여성 B씨에게 "보고 싶다", "잠깐 가면 안 될까", "나 추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17차례 전화를 걸기도 했다.

B씨의 신고로 부대는 A씨에 대한 감찰을 벌였고, 곧바로 A씨를 보직에서 해임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3월 품위유지의무위반으로 '정직 2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항고했고, 국방부는 지난해 5월 '감봉 3월'로 징계를 감경했다.

그러자 A씨는 "성희롱이 아니었다"며 감경된 징계에도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식 자리에서도 A씨가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수차례 했고, 이에 대해 피해자가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불쾌한 신체접촉 후 '보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연속해 보내고 17번이나 전화했다면 충분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B씨가 인근에서 동료들과 가진) 추가 회식에 참여하려던 의사였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A씨가 귀가한 후 B씨가 추가 술자리를 갖기로 결정했던 만큼, A씨가 추가 술자리 존재를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며 "메시지는 피해자 숙소에 가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