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논란이 가릴 수 없는 ‘피크타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4. 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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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5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친 ‘광희’는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린 데뷔곡에서 3초 정도의 분량을 차지했다. 무려 5년을 쏟아부으며 노력한 것이 고작 이 3초를 위해서였나, 자괴감이 들 수 있고 들기에 충분했다만 광희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순간 속은 상했으나 자신이 좀 더 ‘어필’하지 못한 탓 아니나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았다.

비단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인원으로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에서 흔히 발견되는 양상으로, 노래의 특성과 각자가 지닌 실력 등을 고려하여 분량을 나누긴 하나 보통은 인기순, 즉 팬덤의 크기 차이에 기반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세계답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곳에서도 나타나는 게다.

불만을 내보일 순 없다. 어느 한 멤버가 지닌 특출난 인기는 그룹 전체의 인지도에 견인차 노릇을 하기 마련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 못한 이들은 결국 모두에게 좋은,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자신을 이해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목적한 바를 얻는다면야 더없이 좋을 일이나 문제는 데뷔했다고 해서 모두다 ‘피크타임’을 맞닥뜨리는 게 아니란 데 있다.

많고 많은 아이돌 그룹 중에 화려한 빛의 시간을 맞이하는 쪽은 손에 꼽고 손에 꼽히지 않은 쪽은 자신의 매력이나 노력의 부족, 아직 찾아오지 않았을 운 등을 이야기하며 끝나지 않은 꿈을 그러안고, 자신에게 언젠가 찾아올 애정 어린 시선의 분량을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함께 기다려줄 여유가 없는 소속사가 ‘해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손에 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와중 특출난 애정을 받은 멤버는, 굳이 아이돌 가수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길이 마련되기도 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데뷔하여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룬 시간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았고, 이제 길고 긴 현실이 시작되니 각자 아이돌이 아닌 삶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를 맞이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아이돌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꿈을 놓지 못한, 놓지 않은 이들을, 우리는 JTBC ‘피크타임’에서 발견한다. 어쩌면 이들은, 그 정도면 미련이고 집착이라며, 더 이상 되지 않을 것에 매달리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리를 한번 이상씩 들어왔겠다. 뿐만 아니라 ‘피크타임’에 출연하여 혹여 좋은 성과를 얻는다 해도 일순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으며, 잊히는 건 또 한순간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을 터.


다시 ‘그럼에도’, 그들이 무대에 오른 이유를 출연자 중 하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돌 가수’가 그에겐 잊히지 않는 첫사랑과 같은 꿈이라고. 그래서 그 꿈이 다시 찾아와 문을 두드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말하는 바처럼 이제 포기해도 될 만큼 충분히 좌절한 상태였음에도, 꿈이 두드리는 소리를 따라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에겐 불가항력의 것인 게다.

BLK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다 해체하고 수년 만에 ‘피크타임’을 통해 다시 무대에 오른 팀 15시는, 결국 탈락했다. 이들의 소감은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며 앞날을 기약하는 여타의 팀과 달리 마침표에 가까운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있게 TOP 10의 자리에 서 있는 저희 4명을 보니까 이제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2집 발매를 앞두고 소속사로부터 갑작스레 해체 통보를 받았다.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이 소식을 팬들에게 전하는 일조차 직접 해야 했다. 꿈은 가슴 아픈 기억이 되어 마음 한구석에 묻혔고, 그 후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을 테다. 그런데 ‘피크타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꿈은, 미처 누리지 못한 무대를 마음껏 누리게 함은 물론이고 여전히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팬과의 조우 또한 선사했다.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이들에겐, 이들의 꿈엔 마침표가 필요했던 건지 모른다. 꿈을 위해 온 마음과 힘을 쏟아부은 시간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고, 그래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또 다시 아이돌의 길일지라도)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아이돌이란 꿈과 그러한 존재가 수익을 위한 소모품으로 활용될 뿐인 현 연예계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지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비단 아이돌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몇몇 논란으로 가려져서도, 평가 절하되어선 안 될 ‘피크타임’의 이야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피크타임’]

15시 | 피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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