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원폭피해 1세의 증언…“정부는 방관”

조성우 기자 2023. 4. 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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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원폭피해자 1세 이기열 선생이 피해 증언에 나섰다.

이 선생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원폭피해자라는 사실을 함부로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선생은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원폭피해자가 국내에 몇 명인지 실태조사도 없다. 우리도 일본 경시청의 통계를 보고 추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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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원폭피해자 1세 이기열 선생이 피해 증언에 나섰다.

15일 중구 부산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한국인 원폭피해자 피폭 1세 이기열 선생이 “한국 원폭피해자의 목소리” 대담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15일 오후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피폭 1세 이기열 선생을 초청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라는 주제의 피해 증언을 듣고 시민과 얘기를 나누는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평통사를 비롯한 6개 단체가 주최했으며 약 35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평통사 유수진 청년대표가 맡았으며 준비한 질문에 이 선생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선생은 피폭 당시의 상황에 관해 설명하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이 선생의 부모님은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로 일본에서 일하며 살고 있었다. 이때 일본에서 태어난 이 선생은 원폭이 투하된 해 1945년 8월, 생후 5개월 만에 원폭피해자가 됐다. 이 선생의 부모님은 같은 해 5남매를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가족 모두가 원폭피해를 본 후였다.

이 선생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원폭피해자라는 사실을 함부로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폭피해의 가장 큰 문제는 유전이다”며 “부모님도 자식들 결혼하는 데 흠이 될까 쉬쉬하고 피해자 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선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평생 원폭피해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 선생과 아버지는 코에 이상이 생겨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 선생은 가족들이 모두 피부병이 생겼다면서 자신의 다리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선생은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원폭피해자가 국내에 몇 명인지 실태조사도 없다. 우리도 일본 경시청의 통계를 보고 추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는 7만~1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어 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에 관해서 “일본이 직접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며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식인 ‘제3자 변제’에 관해서는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월 정부가 15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먼저 1억씩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격렬히 반대했다”며 “가장 바라는 건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인데 정부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정부는 일본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를 발표했다. 대법원에 위자료 채권 확정판결을 받은 15명을 대상으로 한 방안이었다. 이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정부의 배상금 지급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주최를 맡은 평통사 박석분 조직위원은 “정부의 ‘제3자 변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갈라치는 것이다”며 “정부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피해자들을 동원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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