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슴 아픈데 어떻게 버텼니"…'참사 유족' 되어 재회
어릴 적 동네 언니 동생으로 지내던 두 사람이 50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한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또 다른 한 사람은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떠나보내고 말입니다.
두 사람의 재회를 최지우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기자]
지난 가을, 이태원 참사 때 딸 현진 씨를 떠나보내고 처음 맞는 봄.
이옥수 씨는 봄볕을 마주하기조차 미안합니다.
[이옥수/이태원참사 희생자 박현진 씨 어머니 : 날이 좋은 날 있잖아요. 그럼 더 슬퍼요. 더 울어.]
그런 이 씨를 기다린 건, 세월호 참사 뒤 아들 없는 9번째 봄을 겪고 있는 창현 엄마 최순화 씨.
아이들 이야기로 말문을 엽니다.
[최순화/세월호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하나같이 예쁘지. 이태원 애들도 하나같이 너무 예쁜데.]
전북 진안의 열 가구 남짓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다 헤어진 둘은 올해 2월, 50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최순화/세월호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딸이 참사로 희생됐다(들어서). 수소문해서 언니 전화번호를 알았고. 경험자로서 조금은 말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이옥수/이태원참사 희생자 박현진 씨 어머니 : 둘이 그랬어요. 어떻게 이런 일로 만났냐고. 어떻게 이 세상에 이런 일이 있냐고.]
가족에게조차 때론 숨겨야 했던 그리움도 서로 마음껏 털어놓습니다.
[이옥수/이태원참사 희생자 박현진 씨 어머니 : (현진이가 남긴 치약) 쓸 때마다 '엄마는 왜 내 것만 써' 그러는 것 같다?]
[최순화/세월호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그거 남겨놔. 나중에 현진이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을 거야.]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여전히 막막하다는 언니에게
[이옥수/이태원참사 희생자 박현진 씨 어머니 : 9년이라는 세월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어떻게 지냈니.]
동생은, 그래도 세상을 향해 계속 목소리를 내자며 다독입니다.
[최순화/세월호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치유가 안 되는 거더라고요 생이별은. 이렇게라도 해야 내 자녀한테 조금이라도, 뭔가 미안함이 조금 덜어지는거고.]
8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참사는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줬습니다.
[최순화/세월호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 목표가 같은 거죠.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또 생겼는데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서로의 슬픔을 보듬으며 다시, 견딜 힘을 얻습니다.
[이옥수/이태원참사 희생자 박현진 씨 어머니 : 살아야 될 이유가 꼭 있는 거예요. 이걸 밝혀야 된다고. 이렇게 슬픔을 같이 하고 또 위로해 주고 안아주고 힘이 되잖아요. 우리도 희망이 있구나.]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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