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아베 生死 갈렸지만…11시30분·선거유세·사제도구 '데자뷔'

신정원 기자 2023. 4.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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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야마=AP/뉴시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보궐선거 여당 후보 지원을 위해 와카야마현의 항구를 방문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3.04.15.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일본에서 9개월 만에 전·현직 총리를 상대로 한 테러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모두 선거 유세를 지원하던 중, 그것도 오전 11시30분께 발생했다는 것 등이 닮았다. 다만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사망한 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무사히 대피해 생(生)과 사(死)를 갈랐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선거 지원·오전 11시30분 '데자뷔'

15일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기시다 총리를 겨냥한 테러 시도가 있었다.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 항구에서 생선회 시식 행사를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23일 치러지는 통일지방선거 후반부 선거를 앞두고 이 곳을 방문했다. 중의원 와카야마마 1구 보궐선거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전 총리도 지난해 7월8일 나라현 나라시 기차역 인근에서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지원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가 피격을 당한 시간도 오전 11시30분께였다. 지원 유세를 시작한 지 2분 만이었다.

용의자 안경에 마스크…현장에서 체포

기시다 총리는 공격한 용의자는 효고현 가와니시시에 사는 기무라 유지(24)다. 그는 범행 당시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는 위력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아베 전 총리를 총격한 것은 야마가미 데쓰야(41)다. 야마가미는 살인과 총포·도검류 소지 단속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야마가미 역시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도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었다.
[와카야마=AP/뉴시스] 15일 보궐선거 여당 후보 지원을 위해 일본 와카야마 한 항구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설에 앞서 폭발물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체포되고 있다. 2023.04.15.

은색 원통형 폭발물 vs 총…모두 '사제' 가능성

범행에 사용된 물체는 모두 직접 제조한 '사제'로 보인다.

기무라는 기시다 총리를 향해 파이프 모양의 은색 원통형 물체를 던졌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처럼 보인 뒤 투척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약 10~30초 후 큰 폭발음과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한다. 또 던진 것 외에 또 다른 비슷한 물체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는 한 번에 6개의 총알이 발사되는 수제총을 직접 만들었다. 2번 총격을 가해 12발이 발사됐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가두 연설을 시작할 즈음 7m 거리까지 접근한 뒤 1차 총격을 가했고 다시 2.6초 후 5m까지 다가가 2차 총격을 가했다.

아베 전 총리는 목과 심장에 총격을 받았다. 며칠 뒤 현장 검증에선 발사 지점에서 약 90m 떨어진 주차장 벽 3곳 등에서도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 그의 자택에선 미완성 총기 등 최소 5개의 총이 발견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기무라가 왜 기시다 총리를 공격했는지는 아직 자세히 전해지지 않았다. 그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동기는 조사가 진행되면서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야마가미의 범행 동기는 정치적 동기가 아닌 개인적인 원한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옛 통일교에 빠져 고액 헌금을 하는 등 가정이 파탄났는데 아베 전 총리가 이 종교와 유착 의혹이 있어 암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자민당과 옛 통일교 간의 유착 관계가 정치·사회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나라(일본)=AP/뉴시스]8일 일본 나라시에서 가두 연설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진은 요미우리신문이 AP에 제공한 것. 2022.07.08.

아베 사망…기시다는 무사

그럼에도 전·현직 총리를 상대로 한 테러 사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생사가 갈렸다는 점이다.

아베 전 총리는 심장 등을 관통한 총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폐정지 상태에 있다가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

당시 경호팀의 허술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1차 총격 후 2차 총격까지 2.6초가 있었는데 경호팀이 넋 놓고 있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무사히 대피했다. 경호원들은 기시다 총리를 둘러싸고 신속하게 현장에서 빠져나갔다.

또 기무라가 은색 원통형 물체를 던지는 것을 본 뒤 인근에 있던 50대 어부가 그를 바로 제압했다. 이 어부는 "(기무라가) 무언가를 던진 뒤 다시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해 재빨리 제압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와카야마시 JR와카야마역 앞에서 지원 유세를 이어가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연설에서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선거를 통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도쿄=AP/뉴시스] 27일 일본 도쿄의 니혼부도칸 인근 구단자카 공원에서 시민들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앞서 조문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다. 2022.09.27.

전·현직 日총리 9개월 만에 피습…G7 등 경계 강화할 듯

일본은 전·현직 총리를 상대로 잇달아 테러 행위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현직 총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총기류 등이 불법인 일본에서 두 사건 모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를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음달 굵직한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G7 의장국으로, 5월 19~21일 자신의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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