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폭발했다면 모른다" 日총리 '폭발물 테러'에 아수라장 된 항구마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중의원 보궐선거 유세를 위해 찾은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 어시장은 중소도시의 조용한 항구마을 이었다. 하지만 유세장에 은색 통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폭발풀 투척 사건을 목격한 한 남성은 현지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가 시식을 끝내고 연설을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젊은 남성이 무언가를 던졌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그리고 '쾅' 하는 폭발음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연단 앞에 멈춰서자 '범인이다', '폭발물' 같은 소리가 들려 모두가 그곳을 벗어났다"며 "남성이 붙잡힌 뒤 폭발음이 났다"고 덧붙였다.
총리 연설을 듣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는 30대 회사원은 "보통은 조용한 항구인데, 정말로 무서웠다. 청중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악몽 같은 사건을 회고했다.
NHK와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한 목격자 증언과 현장 상황을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는 오전 11시 30분께 사이카자키 어시장에 도착해 약 200명 앞에서 생선회를 먹고 "맛있다"며 웃는 얼굴로 청중들과 교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해산물 시식을 마친 뒤 수십m 떨어진 연설 현장으로 걸어서 이동했고 선거 후보자와 나란히 서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때 청중 무리에서 은색 통과 같은 물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기시다 총리 쪽으로 날아갔고 총리 근처에 떨어졌다. 이어 "이 사람이다"라는 소리와 함께 은색 통을 투척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바로 옆에 있던 50대 어부 등에 의해 곧바로 제압됐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달려들었다. 일부는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시다 총리는 폭발물이 투척된 뒤 곧바로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수십m 떨어진 차량 근처로 몸을 피했다. 유세 참가자 중에도 부상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용의자는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대피하지는 않았고 일부는 몰려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가 있던 곳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사람들은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20∼30㎝ 정도 길이의 쇠파이프 같은 것이 날아와 기시다 총리로부터 1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며 "무엇이 폭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것이 바로 폭발했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지 모른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회상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폭발은 투척 시점에서 50초가량 지난 뒤 이뤄졌다. 목격자들은 폭발물에서 오렌지색 섬광이 반짝이더니 수십 초쯤 뒤에 폭발음이 났고, 하얀 연기가 솟아올라 퍼졌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를 제압한 50대 어부는 "남성이 처음에 무언가를 던지고 배낭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며 "순간적으로 몸이 움직여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목격자는 "남성이 제압되면서 하나가 폭발했고 또 다른 물체 하나가 용의자의 발밑에서 굴렀다"며 "통을 던진 사람은 20대 혹은 30대였으며 아무 말 없이 붙잡혔다"고 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사건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을 맞고 쓰러져 사망했다. 한 남성은 요미우리신문에 "아베 전 총리 사건에 이어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놀랍다"며 "부상자가 없고 남성이 바로 잡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 경찰에 따르면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져 '위력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효고현에 거주하는 기무라 유지(24)다. 그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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