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격 1년도 안됐는데···20대 '정치 테러'에 日 또 악몽

박동휘 기자 2023. 4. 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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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지난해 7월 피격 사망
내달 G7 정상회의 경비 '비상'
15일 오전 11시 30분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을 야기시킨 물체를 던진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서울경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선거 지원 유세를 나섰다가 총리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가 피격돼 숨진 지 약 9개월 만에 현직 총리의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악몽이 되살아났다.

아베 피격 9개월 만의 ‘테러’

기시다 총리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날 후보 지원 연설을 위해 오사카부 남쪽에 있는 와카야마현의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을 찾았다. 기시다 총리가 지역 명물인 회를 시식한 뒤 연설 현장으로 향할 때 청중 쪽에서 총리 쪽으로 은색 통으로 보이는 물건이 던져졌다.

NHK 중계를 보면 기시다 총리는 은색 통이 던져지자 통이 날아온 방향으로 뒤돌아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용의자인 20대 남성은 통을 던진 직후 주변에 있던 청중과 사복 경찰에게 제압됐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용의자는 효고현 출신의 24살 남성 기무라 류지(木村隆二)다.

이 남성은 이날 범행에 쓰였던 것과 비슷한 폭발물을 한 점 소지하고 있어 경찰이 이를 압수했으며 경찰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오전 11시 30분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을 야기시킨 물체를 던진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용의자가 제압된 후 약 20∼30초 정도 지나자 기시다 총리가 서 있던 곳 주변에서 폭발음과 함께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폭발 현장을 벗어났으며 현장에서 부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선거 유세장에서 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로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현장에 있는 청중뿐 아니라 일본인 다수가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장을 목격한 한 청중은 아사히신문에 "너무 무서웠다"며 발밑에 통 모양의 물체가 하나 더 있었다고 했다.

아베 사망 후 강화된 요인 경호

이번 사건은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8일 나라시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가 피격당해 숨진 일을 떠올리게 했다.아베 전 총리는 당시 참의원(상원) 선거 지원을 위해 연설하는 도중 통일교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에게 원한을 품은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총을 맞아 숨졌다.

AP연합뉴스

야마가미는 당시 아베 총리 뒤로 접근해 사제 총을 쐈다.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 야마가미를 제지한 경호원은 없었다.

아베 전 총리의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경찰청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이후 요인 경호 체계를 재점검하면서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선 기시다 총리가 현직 총리라 이전부터 엄중한 경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건 발생 직전 사복 경호원 여러 명이 총리 옆에 붙어서 360도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리고 폭발물이 터지는 순간에는 이미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장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경호원들은 은색 통 모양의 물체가 던져지자 즉시 기시다 총리를 감싸고 현장을 떠나 급히 와카야마현 경찰본부로 피신했다. 기시다 총리는 약 한 시간 정도 이후 다른 유세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는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상기된 모습을 보였으며 평소 연설 때보다 목소리도 떨리고 있어서 그가 큰 충격을 받았음을 보여줬다.

되풀이되는 일본의 정치 테러

일본에서는 그동안 전·현직 총리를 겨냥한 정치 테러가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에는 일본 헌정사상 최장인 8년 8개월간 총리를 지낸 아베 전 총리가 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로 패전 후 전범 용의자였다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는 1960년 7월 사의를 밝히고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의 연회장에서 괴한에게 허벅지를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1921년에는 문민 총리인 하라 다카시 당시 총리가 도쿄역에서 나카오카 곤이치라는 청년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또 1936년에는 육군 청년 장교들이 전직 총리인 사이토 마코토 내(內)대신 등 정부 요인을 죽이는 2·26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오전 11시 30분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이 발생,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내달 G7 정상회의 앞두고 경비 ‘비상’

이 사건은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생해 외국 요인 경호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테러대책 전문가인 일본 공공정책조사회연구회의 이타바시 이사오 센터장은 NHK에 "현직 총리를 겨냥한 범죄라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다음 달 G7 정상회의도 앞둔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일어난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 선거에서 경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은 사건 이후 16일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 회의 일정과 경호 계획 등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16일 G7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전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민주진영 국가의 고위 외교관들이 도착함에 따라 경호가 강화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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