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동원훈련···요즘 예비군 '군금해 군금해'
개인장구류는 'A급', 생활관도 깔끔
취사장에선 최신 가요 흘러나와
PX에는 인기 크림 수 백 통 비치
미세먼지 기승에 마스크 무한 제공
“자가키트를 완료하신 예비군 전우님들께서는 바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10분간 대기해하셔야 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분 4월 11일 경기도 남양주 진건읍 73사단 동원예비군훈련장에서 3년 만에 동원예비군 훈련이 재개됐다. 입소 마감 시간인 12시가 가까워지자 수많은 예비군들이 위병소를 통과해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몰려드는 인파로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끝내고 내리는 비를 피해 강당으로 들어가려는 예비군들을 막아 세운 것은 앳된 얼굴의 조교들이었다. 훈련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11시 30분부터 12시까지 약 400명에 가까운 예비군이 입소해 입영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자가진단키트와 문진표 작성, 그리고 신분확인을 끝낸 예비군들은 곧바로 총기를 수령하고 생활관으로 이동했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막사는 일선 전투부대보다 시설이 훌륭했다. 개인 관물대에 비치된 개인 장구류들은 소위 ‘A급’이라고 부를 만했다. 이날 동원예비군훈련에 참가한 예비군 전(33)씨는 “이건 닦아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준비된 장구류의 상태에 감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훈련 준비를 했다고 설명한 A조교는 “예비군 전우님들 오시기 전에 물자를 하나하나 다 닦고 손질했다”고 말했다.
‘내 지난 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Hype boy 너만 원해, Hype boy 내가 전해’
취사장에서는 최신 가요가 예비군들의 식사에 흥을 돋웠다. 고연차 예비군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군가만 연이어 나와야 할 것 같은 삭막한 병영도 MZ세대의 발랄함에 맞춰 변화하고 있었다.
예비군의 필수 코스인 PX 앞에서는 긴 줄로 인해 발길을 돌리는 예비군도 있었다. 끝까지 줄에 서 있던 예비군 이(28)씨는 “사람이 많아서 물건이 이미 많이 없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훈련 마지막 날까지도 500여 명이 이용한 PX 진열장에는 각종 화장품류가 수십 개 이상 남아있었다. 예비군 이(25)씨는 “선물용으로 로션을 좀 살 생각이었는데 종류도 많고 수량도 많아서 놀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군 관계자는 “젊은 예비군들이 좋아하는 물건 위주로 특별히 주문을 많이 해서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빡빡한 통제가 없었던 훈련이었던 점 또한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통제 속에서 행동하기 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활동하기 좋아하는 젊은 층의 심리를 훈련 부대가 잘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식사시간과 훈련시간 등 시간만 안내하고 예비군들이 알아서 이동할 수 있게 하자 놀랍게도 더욱 유연하고 매끄럽게 일과가 진행되는 모양새였다. 이날 훈련 부대의 지휘관은 “동원훈련 전에 다른 부대 훈련에서 예비군과 똑같이 생활하며 반복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며 “예비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개인화기 사격 뿐만 아니라 기관총 사격과 박격포 축사탄(훈련용탄) 사격 등 실질적인 훈련을 한 것도 예비군들의 호응을 얻었다. 훈련에 참석한 한 예비역 장교는 “사격만으로도 훈련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사격은 이렇게 직접 해봐야 감각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군 최(25)씨는 “군대에서 박격포를 운용했는데 예비군 훈련에서 박격포 실습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며 “사격은 언제 해도 짜릿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서 예비군들은 훈련장에서도 역시 마스크를 벗고 훈련에 임했다. 다만 첫 날 입소시에 자가진단키트를 의무 실시 했으며 취사장 식탁에는 여전히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돼있었다. 배식을 하는 인원들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장갑·앞치마·모자 등을 착용했다. 식사를 하는 예비군들은 습관적으로 한 칸씩 띄워 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훈련 부대는 훈련 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대비해 미세먼지 마스크를 예비군들에게 배포했다. 또한 각 훈련장에 여분의 마스크를 비치하고 조교와 교관들도 마스크를 소지한 채로 훈련에 임했다. 훈련 중에 마스크를 요구하는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훈련 본부에서는 연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12일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255㎍/m³를 넘으면서 사격을 비롯한 일부 훈련을 제외하고 전면 실내 교육으로 전환됐다. 부대 지휘관은 “실질적인 훈련을 위해 준비한 것이 정말 많은데 실내교육으로 전환돼서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부터 동원예비군 훈련이 전면 중지되면서 올해 동원예비군 훈련에 참석한 예비군들을 비롯해 조교들은 대부분 2박 3일 동원훈련이 처음이다. 통신병 임무를 수행하는 한 조교는 “예비역 전우님들이 생각보다 정리도 잘 도와주시고 통제에 잘 따라 주셨다”며 “아마 본인들도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김(27)씨는 “2박 3일 훈련은 처음인데 시설도 괜찮고 밥도 맛있었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긴장하지 않고 잘 지냈다”고 회고했다.
3년 만에 열리는 첫 동원훈련인 만큼 훈련 부대 또한 예비군들의 편의와 실질적이고 안전한 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눈에 보였다. 다만 여전히 민감한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자가진단키트 실시와 식당 내 아크릴 가림판 설치 등의 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화생방 훈련에서 방독면 수를 훈련 인원에 맞추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훈련에 참석한 예비군 최(25)씨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썼던 방독면을 소독 스프레이와 물티슈로 닦아내고 쓴다는 것이 좀 찝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빠르게 문제가 없는 깨끗한 방독면으로 500개 세트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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