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과 갈등과 병과 고통이 내게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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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다녀왔어요.
21일간의 인도, 부탄, 네팔 순례는 많이 힘들었어요.
성지순례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순례객들과 서로 기도하려고 경쟁하는 겁니다.
지금 순례를 돌아보면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게 많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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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성지순례를 다녀왔어요. 21일간의 인도, 부탄, 네팔 순례는 많이 힘들었어요. 몸과 말과 마음의 시련이 있었지만, 죄가 많은 저한테는 큰 업장 소멸이었습니다.
몸의 시련은 무릎을 다쳐서 휠체어와 목발을 쓰게 된 것이에요. 탁상사원(왕복 6시간)도 목발에 의지해 갔다 왔어요. 말의 시련은 목감기로 목소리가 나간 것입니다. 마음의 시련은 순례 팀의 불만과 갈등으로 한 마음고생이에요. 이것으로 명상이 땡기더라고요!(보통 넷플릭스가 땡기는데)
부처님께서 법륜을 세 번 굴리셨는데, 그 순서대로 순례를 했습니다. 우리 순례 팀 서른 명은 초전법륜지 녹야원에서 기도했어요. 3월 초라서 그런지 한가했어요. 3월 날씨도 나쁘지 않고 사람이 없어서 녹야원 동산은 정말 평화로웠어요. 성지순례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순례객들과 서로 기도하려고 경쟁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성불하시고 “내가 깨달은 법은 심오하고(초전법륜: 사성제) 분별이 없고(중전법륜: 공성) 찬란하다(삼전법륜: 불성)”고 하셨어요. 녹야원에서 부처님이 왜 출가하셨는지 되새길 수 있었고 부처님이 걸으셨던 땅에 내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어요. 3년 동안 방문자가 없었던 녹야원은 많이 변했어요. 순례자들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현지인들의 타격이 엄청 컸어요.
버스로 6시간 이동해서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곳, 지구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 지구의 가슴 차크라, 부다가야에 갔어요. 티벳 사람들은 이곳을 금강좌(Dorje Den)라고 합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마음과 깊은 체험을 늘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바로 그 자리에서 명상하고 기도했어요. 성불하신 그 순간과 부처님의 깨달은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 순간과 부처님의 마음과 함께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카트만두를 지나 부탄으로 넘어갔어요. 이때부터 코로나처럼 순례 팀에 불만이 번지기 시작했어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경험을 한두 사람이 안 좋게 보기 시작하자 모두 안 좋게 보게 되었어요. 참 당황스럽고 화가 났어요.
지금 순례를 돌아보면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게 많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리더로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는데, 저는 남을 탓하고 제 마음을 보지 못했어요. 갈등이 있을 때 가장 어려운 게 자기 마음을 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어른도 아니고 리더도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시련으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많이 감사하고 성장하는 계기였습니다. 고통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고통을 환영할 거예요. 몸의 고통과 남의 비판, 이제 웰컴입니다. 업장 소멸할 수 있어서,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어서, 아직 죽지 않아서, 겸손을 배울 수 있어서, 성찰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음공부와 인연에 감사합니다.
“고통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고통을 주소서. 갈등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갈등을 주소서. 병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병을 주소서. 비난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비난을 주소서. 빈곤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빈곤을 주소서. 죽음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면 죽음을 주소서.”(겔세 톡메 기도)
이번 고고(苦苦)의 경험으로 용기가 생겨서 이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부처님은 때로는 행복으로 가피를 주시고 때로는 고통으로 가피를 주십니다.
글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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