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숯검댕' 경포솔밭은 복구작업 굉음…폐허 변한 펜션단지선 '잿물'

윤왕근 기자 2023. 4. 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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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손님 없는데, 비 까지 내리니 야속하네요."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지를 휩쓴 화마(火魔)가 지나간 첫 주말인 15일 강릉 경포도립공원 일대는 상춘객의 웃음소리가 아닌 복구작업에 투입된 포크레인과 트럭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지역 한 식당 주인은 "지난 주말 같은 시간보다 매출이 30% 정도는 준 것 같다"며 "하루 속히 산불 피해 복구를 마쳐 강릉 관광지와 식당이 사람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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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후 첫 주말 강릉 '한산'…비·쌀쌀한 날씨 겹치며 더욱 썰렁
대기줄 사라진 맛집 "일주일 전보다 매출 30%는 줄었어요" 울상
강릉 산불 발생 닷새째이자 주말인 15일 경포도립공원 인근 펜션단지가 잿더미로 변해있다.2023.4.15/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안그래도 손님 없는데, 비 까지 내리니 야속하네요."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지를 휩쓴 화마(火魔)가 지나간 첫 주말인 15일 강릉 경포도립공원 일대는 상춘객의 웃음소리가 아닌 복구작업에 투입된 포크레인과 트럭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상춘객들이 돗자리 펴고 누워 솔내음을 즐겨야 할 경포 해송림은 숯검댕으로 변해 있었고,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야 할 해안데크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끊겨 나가 있었다.

복구작업에 투입된 인력들은 불길에 소실된 데크를 걷어내고 포크레인 삽으로 흙을 퍼다 날라 땅을 다졌다. 곳곳에 세워진 사다리차는 망가진 통신장비를 복구하는데 집중했다.

오후 들어 비가 내리고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경포의 모습은 더욱 낯설고 황량해 보였다.

궂은 날씨가 겹치면서 경포해변과 호수공원을 거니는 관광객은 사실상 없었다. 경포해변에 늘어서 있는 횟집 등 식당 주인들은 목을 빼고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가족 관광객으로 가득해야 할 펜션단지는 잿더미로 변한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시커먼 잿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강릉 산불 발생 닷새째이자 주말인 15일 경포해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3.4.15/뉴스1

평일에도 길게 이어져 짜증을 유발했던 지역 유명 맛집의 대기줄은 사라져 있었다.

이날 오전 강릉지역 유명 짬뽕전문점과 꼬막집, 막국수집은 오랜 기다림 없이 들어가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내부는 손님으로 차 있었지만, 이전 주말에 비하면 확연하게 손님이 적어 보였다.

지역 막국수집을 찾은 관광객 김민찬씨(36·서울)는 "작년 이맘때에는 금요일에 와 한 시간은 족히 기다린 기억이 있다"며 "오늘은 거의 바로 들어가다시피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 한 식당 주인은 "지난 주말 같은 시간보다 매출이 30% 정도는 준 것 같다"며 "하루 속히 산불 피해 복구를 마쳐 강릉 관광지와 식당이 사람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되자 지역 상권은 서울까지 올라가 손님을 끌어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는 다음주 쯤 관광진흥협회 등과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릉 여행 홍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심훈섭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번 산불로 관광을 계획하신 분들을 포함해 지역 소상공인 등 상권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산불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강릉을 찾지 않을 염려가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심훈섭 회장은 "강릉을 찾는 것이 또 다른 자원봉사라는 점을 강조해, 올 휴가철에도 언제나 그랬듯 강릉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가시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코로나19 여파가 끝나가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리모델링한 곳이 많다"며 "이들에겐 엄청난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단체들이 서울 등 주요지역에서 강릉관광 캠페인을 하는 아이디어도 고려 중"이라며 "피해 회복이 될 수 있도록 강릉을 많이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편 이번 불은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강릉시는 이번 산불로 주택 77동 등 154동의 건축물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전파는 116동, 반파 18동, 부분 파손 20동 등이다.

이는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건축물 피해 규모(100동)보다 약 50여동 늘어난 규모다.

공공시설은 경포해수욕장(샤워장·포토존 등)을 비롯 5곳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고, 일대 산림 179㏊가 소실됐다.

상수도 67곳, 급수관 268m도 망가졌다. 인명 피해는 경상 1명이 추가돼, 사망 1명을 비롯해 19명으로 늘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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