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외무장관-中외교부장 공식자리서 설전…“中 글로벌파워 우려 커져” vs. “서방의 ‘큰 스승’ 필요 없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대중국 강경 성향으로 알려진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이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 인물인 친강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베이징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배어복 장관은 독일의 현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에서 녹색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대중국 정책 면에서 사민당 소속인 올라프 숄츠 총리에 비해 강경한 '원칙주의자'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대유럽 관계 개선 드라이브 속에 친강 부장은 14일 배어복 장관의 톈진 소재 독일 기업 시찰에 동행하고,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 고속철에 동승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배어복 장관은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친 부장과의 중-독일 외교안보 전략대화에서 "독일은 공급망 안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망 단절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어복 장관은 전략대화 후 친 부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독일-중국 양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자국 업체들의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일본, 네덜란드 등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준 셈이다.
하지만 그 외 영역에서 배어복 장관은 대중국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한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는 '중국식 현대화'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어 "유럽은 확장주의와 압제, 식민주의로 부상했는데, 그래서 2049년까지 세계의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목표 천명을 사람들이 주의깊게 듣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중국이 어떤 길을 택할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군사 및 경제력 면에서 미국과 대등하거나 미국을 능가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시 주석 목표의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었다.
이에 대해 친 부장은 "과거 서구 식민주의는 세계에 큰 고통을 안겼다"며 중국은 "서구 식민주의의 낡은 경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인류가 평화와 안정을 얻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친 부장은 "중국은 서방의 '큰 스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배어복 장관의 견제에 다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배어복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책에 헌신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좋은 일"이라며 중국이 2월에 발표한 '정치적 해결을 위한 입장'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침략자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하는 요구는 왜 중국의 입장에 포함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러시아에 대한 최대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철군을 종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현상 변경은 우리 유럽인들에게 용납될 수 없다"며 최근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시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사실상 겨냥했다.
이 문제에 대해 친강 부장은 "대만해협 긴장 고조의 근본 원인은 섬(대만) 내부 대만 독립 분자가 외부세력의 지지와 용인 하에 분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배어복 장관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영역중 하나인 '인권'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시민사회 참여가 계속 위축되고, 인권이 점점 제약받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친 부장에게 전달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소개했다.
배어복 장관의 이런 발언들은 지난 5∼7일 중국을 찾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중국 포용 입장과 '대만 관련 중립' 발언과는 결을 상당히 달리하는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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