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수많은 밤 중 ‘여섯 개의 밤’ 상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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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감독의 영화 '여섯 개의 밤'이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여섯 개의 밤'이라는 영화 제목은 20년 전 영화인 '여섯 개의 시선'을 기억하게 했다.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부산에서 하루 묵게 된 여섯 승객의 하룻밤이 순서대로 각각 담겼는데, 둘씩 함께하는 분리된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섯 개의 밤'은 이런 상상을 비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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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감독의 영화 ‘여섯 개의 밤’이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여러 회상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칼럼에선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 회상
‘여섯 개의 밤’이라는 영화 제목은 20년 전 영화인 ‘여섯 개의 시선’을 기억하게 했다. ‘여섯 개의 시선’은 인권을 주제로 한 여섯 편의 단편영화가 엮어진 옴니버스 영화인데,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 등 6명의 감독이 각각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제목 그대로 여섯 개의 인권 침해 상황과 그에 대한 시선이 담겼다. 내용은 물론 스타일까지 매우 다른 영화를 동시에 보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인권 침해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여섯 개의 밤’은 ‘여섯 개의 시선’처럼 동일한 주제에 대한 여섯 개의 상황 대신,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여섯 명의 인물이 보낸 하룻밤을 담는다.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부산에서 하루 묵게 된 여섯 승객의 하룻밤이 순서대로 각각 담겼는데, 둘씩 함께하는 분리된 세 개의 스토리로 구성됐다.
엄밀히 말하면 ‘세 개의 밤’일 수도 있겠다. 호감을 느껴, 말을 걸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남녀, 만, 예비부부, 엄마와 딸은 따로 또 같이 하룻밤을 보낸다.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고, 상대와 가까워지거나 멀어진다.
어차피 비행기를 함께 타고 10시간 이상 함께 할 사람들이었지만, 예정에 없이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이야기는 각자의 본심을 드러낸다. 역시 계획에 없이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거나, 내 마음을 상대에게 알려버린 여섯 명의 인물은 꽤 치열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 상상
사실 ‘불시착한 비행기’라는 설정에 여러 상상도 했더랬다. 고립된 무인도 같은 곳에 불시착하는 걸까? 생존을 위해 승객들이 힘을 합칠까? 등등의 상상도 하다가, 불시착한 곳이 부산이란 걸 알고는 상상의 방향을 좀 틀어도 보았다. 여행지나 바다가 떠오르는 부산이라는 공간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다. 게다가 승객들은 해운대에 있는 호텔로 이동한다. 바다, 야경, 낭만적인 에피소드 등도 마구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섯 개의 밤’은 이런 상상을 비껴갔다. 부산이고 해운대이지만, 여섯 승객은 갑작스럽게 고립된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은 스스로 멀리 가지 못한다. 호텔 방안에, 호텔 수영장에, 근처 편의점, 술집 정도까지는 이동할 뿐이다.
영상 역시 인물 위주로 보여준다. 유리창 넘어 그들, 방안의 그들, 어둠 속의 그들만 보게 된다. 호텔 풀장에 간 이들조차 그들만 보여준다. 시원스러운 풀장은 볼 수 없다. 바닷가로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지만, 역시 그들만 보여준다. 탁 트인 바다는 볼 수 없다. 부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고립된 인물들이 서로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좀 아쉽기도 하다. 예상을 빗나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사건 대신 익숙한 상황과 갈등, 설렘 등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저들은 어떻게 될까? 등의 상상도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밤중에 선택된 여섯 개의 밤을 통해 우리의 일상,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여러 회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주)인디스토리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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