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청약통장, '계왕'으로 활용하려면?[도와줘요 자산관리]

조윤진 기자 2023. 4.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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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NH농협은행 AII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서울경제]

#. 30대 직장인 A씨는 2년 전 은행 직원의 권유로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개설했다. 청약 기회는 물론이고 당시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A씨는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금리에 머물러 있는 주택청약통장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라간 대출 금리에 마이너스 통장 이자도 부담되고 부동산 시장 역시 먹구름인데 이 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을지 고민이 생겼다.

‘군계일학’ 주택청약종합저축, 왜 ‘계륵’ 됐나

‘계륵’은 먹기엔 양이 적고 버리기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별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주로 인용된다. 요즘 청약통장이 딱 그런 모양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저축 기능과 함께 일정 요건 충족 시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청약권이 부여되는 목적 통장이다.

청약저축, 부금, 예금의 3가지 상품을 가입 자격 문턱을 낮춰 통합 출시돼 2009년부터 꾸준한 인기몰이를 해 왔다. 만기가 정해진 여타 예·적금 상품과 달리 청약 당첨 시까지 계좌를 유지할 수 있고 가입 기간에 따라 청약 가점까지 부여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더 오래 가입할수록 유리한 점도 인기의 비결이 됐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하는 등 ‘로또통장’으로 불렸던 청약통장은 왜 계륵이 됐을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분양 시장이 침체되며 매력도가 떨어진 까닭이다. 청약 기능 외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부흥을 이끌었던 금리 메리트도 없어졌다.

청약통장 무용론과 금리 불만에 대한 여론을 인지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6년 만에 금리를 기존의 최대 1.8%에서 2.1%까지 인상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인 3.5%에 턱없이 못 미친다. 실망 여론은 청약 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올해 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월 말 대비 10만 8652명 감소했다. 2022년 7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계륵’아닌 ‘계왕(王)’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과거에도 ‘청약통장 무용론’이 대두된 시기가 있었다. 2010년 초반으로 금융위기 이후 지금처럼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이 급락하던 시기다. 부동산 시장은 순환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열기에 따라 청약통장 시장도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나 금리를 좆아 청약통장 보유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 청약통장은 재테크를 위한 상품이기보단 주택 마련과 자격 유지를 위해 들어두는 보험에 가까운 성격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청약에 대한 수요보다 금리 메리트가 높아 청약통장에 가입했다면 해지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 이자차익을 얻거나, 대출을 상환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겠다. 그러나 청약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섣부른 해지는 금물이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것은 넘쳐나는 청약통장 1순위자들 사이에서 분별력을 가지는 입주자 저축 가입기간 가점을 포기하고 0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약통장 해지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부산의 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을 대표하는 대장주 지역에서의 청약가점제 메리트는 여전히 굳건하다. 청약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청약통장을 장기로 가져가는 전략이 필수란 의미다.

청약 가점점수 산정기준표

한편 청약통장 해지를 고려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청약통장을 단순히 적금처럼 생각해 계획 없이 많은 금액을 납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청약통장은 ‘통장을 만들었으니 돈 많이 넣어야지’가 아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주택 청약을 고려중이라면 순위 산정 월 최대 인정 금액인 10만 원 이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납입하고, 민영주택을 고려하고 있다면 소액으로 계좌를 유지하다가 청약 모집공고 전 부족한 금액을 일시로 예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목돈이 필요할 경우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점이 청약통장 해지를 부추기는 사유였다면 담보 대출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적금 담보대출과 같이 고시금리에서 일정비율의 금리를 더해 산출하므로 일반대출대비 금리도 낮아 활용해 볼 가치가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청약통장을 해지하지 않고 납입금 일부를 출금할 수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 하니 자금 필요시 담보대출을 활용하며 제도개선의 향방에 귀추를 주목해 보자.

현재 저축 상품 중 연말정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자격요건 충족 시 소득공제가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 총 급여 7천만원 이하의 무주택세대주인 근로소득자는 최대 연 240만원 한도 내 납입금액의 40%까지(최대96만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를 받은 계좌는 가입일로부터 5년이 되기 전에 해지하거나 국민주택규모(85㎡)초과 주택 당첨시 추징대상이므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차곡차곡 저축하며 가점을 쌓아온 청약통장은 적재적소 마중물이 되어줄 소중한 자산이다. 주택청약통장의 본질은 저축금을 납입해 청약권을 부여받는 것이고 이자수익은 부수적인 목적일 터, 자신의 목표에 맞는 지역과 평수에 맞는 저축금을 납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본질을 잊지 말자.

/김정은 NH농협은행 AII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NH All100자문센터’는 세무사, 부동산전문가, 금융(재무설계)전문가 등 자산관리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금융상담·세무상담·부동산 상담·은퇴설계 등 전국의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1:1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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