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엔 신차가격 66%에 사준다?…전기차 마케팅 성공할까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4. 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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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 - 241]‘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베트남 최대기업 빈패스트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전기차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5년간 운전한 차를 높게는 신차가격의 66%에 달하는 가격에 재매입하는 ‘바이백’ 정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5년간 감가상각이 3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혜택일 수 있는데요. 반면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칫 막대한 중고차 재매입 비용을 치뤄야 하는 위험이 높은 마케팅입니다.

빈패스트의 극단 마케팅 이유는?
빈패스트는 왜 이렇게 극단적인 마케팅을 들고나왔을까요. 한번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빈패스트의 마케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하고 5년뒤 구입가에 대해 적게는 53%, 많게는 66%에 이르는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내용이 마케팅의 골자입니다.

빈패스트 VF9 모델
이 정책은 빈패스트가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 VF5(66%), VF e43(66%), VF8(64%), VF9(53%) 등에 적용됩니다. 이 정책은 지난해 부터 내년까지 판매된 모델에 적용됩니다. 소비자는 무조건 차량을 최소 5년간은 몰아야 합니다. 만약 올해 4월에 차를 샀다면 2028년 4월이 되어야 차를 되팔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택시로 차를 사용했거나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길다면 판매가 불가능한 정책도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빈패스트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바이백 정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빈패스트가 그리는 큰 그림을 알아봐야 합니다. 다소 허황되게 들리겠지만 빈패스트는 자국 베트남을 넘어 ‘미국에서 성공한 베트남 제조업체’가 되는 걸 꿈꿉니다.

내연기관 차로는 그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기존 카메이커들이 극강의 성능으로 무장한 ‘포화시장’에서는 베트남 빈패스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빈패스트는 전기차 시장의 성공을 확신한다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빈패스트는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마침 미국과 유럽은 매우 강도높은 전기차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최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2년 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이보다 훨씬 강한 전기차 육성 정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시장 전체의 5.8%에 불과했습니다.

유럽연합은 한술 더 떠 2035년부터 내연기관을 단 차를 아예 못팔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정책이 이대로 실행된다면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도로에 굴러가는 신차 다수는 전기차가 되는 것입니다.

시장 판도가 흔들릴때 기업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빈패스트가 사업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지으며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으로 달려가는 빈패스트
빈패스트는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와 전기차공장 건설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텀카운티 트라이앵글이노베이션포인트(Triangle Innovation Point) 산업단지내 8㎢ 규모의 부지에 총 4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및 전기버스 공장,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협력업체의 공장 등 3개의 생산단지를 건설합니다.

20억달러를 밀어넣은 1단계사업은 연산 15만대 규모 SUV 전기차를 생산하는 내용입니다. 이 공장은 내년 7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밀려 2025년경 돌아갈 예정입니다. 이 소속이 전해지고 나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위터에 “빈패스트의 40억달러 전기차 및 배터리공장 투자는 지역에 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에 지역본부를 설립했습니다. 중장기 유럽 매출을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유럽 요지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빈패스트는 미국 나스닥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IPO를 통해 돈을 확보한 이후 아낌없이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1인당 GDP가 4000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이 무슨 전기차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패스트는 ‘삼성도 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삼성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기업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전역에서 만드는 삼성 스마트폰 절반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집니다.

삼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은 베트남은 삼성의 역사에 대해서도 자주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병철 창업주 시절 식료품을 생산하던 삼성이 오늘날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 최강 기업이 되었는지 역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빈패스트가 속한 빈그룹 회장 팜느엇브엉 역시 사업의 시작은 우크라이나에서 라면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신사업 ‘전기차’에 사활을 걸만큼 덩치를 키워온 것입니다. 글로벌 전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이렇게 단기에 판이 커진다면 후발주자인 빈패스트 역시 시장의 일부라도 먹을 여지가 있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왜 빈패스트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지 이유를 알아봅니다. 사실 빈패스트 입장에서 베트남 내수 시장은 차량 판매 볼륨만 따지면 크게 돈될게 없는 곳입니다. 베트남은 지금 ‘전기차냐 아니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오토바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대도시 도로는 오토바이가 잠식하고 있고 그에 반해 차량 판매는 아직 미미합니다.

베트남 거리를 달리는 오토바이.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자국에서조차 안팔리는 전기차’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으면 그건 곤란합니다. 그래서 출혈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워 당장의 판매를 끌어올리려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빈패스트의 시선은 미국과 유럽을 향해 있습니다. 과연 빈패스트의 도전이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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