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제품 환불에 ‘이의 제기 금지·비밀 유지 의무 위반 시 금액 반환’ 요구한 경동나비엔
국내 굴지의 가정용 보일러 제조기업인 경동나비엔에서 구매한 보일러에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고장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제보가 15일 나왔다.
피해 소비자는 “계속된 고장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각종 서류 작성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피해 소비자 A씨는 2021년 10월 경동나비엔에서 신형 보일러를 구매했다.
겨울을 앞두고 새 보일러로 교체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 그는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경동 보일러는 설치 직후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자영업을 하는 그는 “처음엔 완벽한 제품이 어딨겠느냐”라 여기고 가게를 쉬면서까지 수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리만 반복될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A씨 전언이다. 구매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3번의 수리를 받았는데 기사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문제의 제품을 교환해달라고 했고, 결국 회사는 대신 환불하겠다고 알려왔다.
그러면서 ▲이의 제기 금지 ▲손해배상 청구 금지 ▲비밀 유지 의무 ▲비밀 유지 의무 위반 시 환불금반환 등이 기재된 합의서를 A씨에게 내밀었다.
또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연락처를 요구하면서 신분증 사본을 수리 기사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경동나비엔 요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 있는 제품을 받아 백번 양보해서 시간적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모자라 환불 조건으로 과도한 서류를 요구받은 탓이다.
사측은 A씨가 문제를 지적하자 한발 물러서 ‘확인서’라는 서류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확인서에도 주민번호를 요구했다.
당시 확인서를 들고 온 AS 기사는 “주민등록번호 요구는 환불 절차”라고 그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 서류에 의심을 품은 A씨는 본사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고, 지사가 임의로 만든 서류라는 걸 알았다고 주장했다.
경동나비엔 지사에서 관행적으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면서 본사에서 확인한 공식 문서가 아닌 임의로 만든 서류를 사용해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동나비엔 측은 “환불받으려면 확인서에 서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마라”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 제2항에 따르면 법인에서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요구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본사 측에서 환불 시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 A씨에게 전달하고 여기에 서명하면 끝날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규정’을 근거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고, 1년 반쯤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처음 교환을 요구했지만 왜 환불을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잘못된 제품을 구매해 수리받기 위해 여러번 일을 쉬어야 했다. 그때마다 서비스 기사, 지사 그리고 본사의 얘기가 모두 달라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처리 과정에서 불쾌감과 ‘가짜 서류’에 대한 불신으로 경동나비엔과 대화는 단절됐다”며 “그렇게 1년 반 넘는 시간이 지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일방적 요구에 힘없는 소비자는 그에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한편 경동나비엔은 세계일보에 “▲이의 제기 금지 ▲손해배상 청구 금지 ▲비밀 유지 의무 ▲비밀 유지 의무 위반 시 환불금 반환 등의 서류를 요구한 것은 지사 측의 분명한 잘못”이라면서도 “환불 시 주민번호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객분의 불편을 해소해드리기 위해 우편(등기)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환불)을 위해 고객분께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고객이 지난 1월 경동나비엔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의 자격을 모용해 사문서인 확인서를 작성·행사하고 그 확인서에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결정을 한 바 있다고 알려왔다.
한편 경동나비엔 고객헌장에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항상 열과 성을 다하며 ▲모든 업무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신속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또 ▲한번 판매한 제품은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고객 관리에 임하고 ▲항상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경영활동에 최대한 반영하겠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이 같은 헌장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어 보인다.
※보내주신 소중한 제보, 기사가 됩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