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장동윤의 원상복구는 진이한의 배신으로부터?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4. 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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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당시는 배신의 시대였다. 국민을 지키겠다고 총을 든 군인들이 그 총을 국민을 향해 겨눴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고 민주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라 가르쳐온 나라가 그 국민을 함부로 체포하고 감금해 목봉을 들게 했던 시대다. 잡혀온 학생들은 두들겨 패고 고문해서 친구를 배신 하는 게 애국이라고 강요한 것도 나라였다. 그렇게 국가가 국민을 배신했으니 말 다했다.

당시를 조명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아시스’에도 무수한 배신의 이야기들이 넘실댄다.

먼저 최영식(박원상 분)과 그의 부친(전국환 분), 그리고 그의 아내 강여진(강경헌 분)은 집안 대를 잇는다는 명목으로 이중호(김명수 분)를 설득, 그의 둘째 아들 철웅(추영우 분)을 입적시킨다. 천륜을 배신하도록 부추긴 셈이다. 이중호 역시 아내 점암댁(소희정 분)을 강요하며 자식인 두학(장동윤 분)과 철웅, 정옥(신윤하 분)을 배신했다.

철웅은 두학을 배신했고, 여진은 최영식과 철웅, 그리고 황충성(전노민 분)을 배신했다. 염광탁(한재영 분)은 두학과 유영필(장영현 분)을 배신했고 유영필 역시 염광탁을 배신했다. 또 대모를 자처한 차금옥(강지은 분)은 대녀인 오정신(설인아 분)을 배신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황충성의 충견 오만옥(진이한 분)이 배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진의 농간으로 최철웅을 자신의 친자로 인지한 황충성은 철웅이 프락치 공작의 가해자였던 오만옥에 적의를 보이자 오만옥을 강여진의 수행비서쯤으로 내돌린다. 오만옥은 부동산 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강여진과 합을 맞춰가며 자신의 이익도 쏠쏠히 챙기는 터라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진이 자신이 애써 판을 짜놓은 서해안 개발에서 눈을 돌려 창성그룹이 제안한 수서지구 택지개발을 우선 추진하면서 불만이 싹튼다.

여기에 더해 구원(舊怨)을 잊지 않은 최철웅이 자신의 비리를 내사해 황충성에게 보고한 데 이어, 황충성마저 해외지사나 지방근무를 지시하니 서운함과 더불어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델로’에서 이아고는 말한다. “그를 사랑하고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를 따를 뿐이야!” 이 말은 오만옥에게도 똑같이 작동한다.

보안대 시절부터의 보스 황충성은 능력있는 상사였다. 그의 지시를 따르면 권력이 따라오고 돈도 따라왔다. 안기부로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철웅에 대한 프락치 공작도 황충성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황충성이 보기에 최철웅은 자신으로부터 강여진을 빼앗아간 최영식의 소생, 이미 세상을 뜬 최영식을 대신해 벌을 받을만한 존재였다.

그렇게 지시해놓고는 그 최철웅이 자신의 친자라 믿게 되고 부터는 그 비위를 맞추고자 철웅의 눈에서 오만옥을 치워버릴 궁리에만 골몰해 있다. 오만옥이 느끼기에 충분히 배신으로 받아들여질만한 대목이다. 자신은 강여진의 사주를 받은 황충성의 지시로 이중호마저 제거했다. 황충성이 원하므로 이두학에게도 총탄을 안겼다. 비단 이들 부자뿐만이 아니라 황충성의 뒷설거지를 위해 제 손에 피묻히기를 마다하지 않았었다. 오만옥으로서는 자신이 이런 식으로 내처질 이유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배신은 과거의 중요한 일부분을 빼앗아 간다. 배신당한 사람에게는 과거의 관계가 텅 빈 껍질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오만옥이 보기에 황충성과의 관계도 그렇게 텅 비어가고 있다. 오만옥에게 황충성은 특별한 존재였고 황충성에게 자신도 특별한 존재일 것이라 믿었었는데 그 특별했던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자라는 씨앗을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의심의 씨앗일 것이다. 일단 심겨지면 우후죽순처럼 줄기를 키우고 가지를 뻗어 종내는 없는 귀신까지 만들어낸다. 그렇게 의심암귀(疑心暗鬼)가 오만옥의 가슴에 심어졌다.

배신이 난무하는 이 드라마 속에서 배신을 모르는 캐릭터가 남녀주인공 이두학과 오정신이다. 이두학은 최철웅에게 배신당했지만 배신은 배신으로 두고 옛 정도 남겨놓는다. 오정신 역시 죽은 줄 알았던 두학에 대한 사랑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철웅의 끊임없는 대시를 “넌 나한테 소중한 추억같은 존재야. 하루하루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친구. 소중한 추억 잃고 싶지 않다 철웅아!”라며 거부한다.

그리고 이제 두학이 돌아왔다. 모든 걸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그러자면 황충성이, 오만옥이, 강여진이, 최철웅이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 시점에 오만옥에게 배신의 씨앗이 심겨졌다.

이두학-오정신이 배신의 시대를 끝내고 원상을 복구하는데엔 아무래도 오만옥의 배신은 키포인트가 될 모양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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