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쇄담] 시속 160km의 사나이들...야구공은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

박강현 기자 2023. 4. 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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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동주 시속 160km 돌파
日·美에선 시속 160km 나온지 오래
구속·제구력 다 갖춘 특급 선수에
한국 야구 미래 달려

[쇄담(瑣談) : 자질구레한 이야기]

한국 프로야구에도 마침내 ‘시속 160km’ 강속구의 시대가 열렸다.

구속으로 시속 160km를 넘기는 투수들. 프로야구 한화의 문동주(왼쪽부터), 오타니 쇼헤이, 아롤디스 채프먼. /연합뉴스·AFP연합뉴스·로이터뉴스1

프로야구 한화의 2년 차 특급 유망주 문동주(20)가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국내 투수론 최초로 시속 160km를 넘는 광속구를 뿌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피치 트래킹 시스템(Pitch Tracking System·PTS)’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그는 이날 시속 160.1km 짜리 직구를 던졌다.

문동주는 지난 6일 대구 삼성전 등판에선 시속 159km를 기록하더니 이번엔 그마저 넘어서며 ‘꿈의 구속’으로 통하는 시속 160km대에 진입했다. 시속 160km는 ‘시속 100마일’과 맞먹는 수준이다.

PTS가 공식 도입된 2011년 이래 국내 투수가 시속 160km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문동주 이전에 국내 선수가 기록한 최고 시속은 롯데 최대성(38·은퇴·158.7km)이었다. 그 뒤는 키움의 ‘에이스’로 거듭난 안우진(24·158.4km)이 잇고 있다.

안우진이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는 모습.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물론 한국에서 뛴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레다메스 리즈(당시 LG·2011~2013년)와 파비요 카스티요(당시 한화·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투수에게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빠른 공을 던질수록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 미국에선 얼마나 빠른 공들이 나왔을까. 이 기사에선 외국인 투수가 아닌 그 나라의 국내 투수 관점에서 살펴본다.

◇일본엔 오타니의 165km

이번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투수들의 스피드와 구위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투타를 겸업하는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와 지난해 NPB(일본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을 작성한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는 각각 오른팔로 가볍게 100마일(약 160.9km)을 넘기곤 했다.

일본의 사사키 로키. /AFP연합뉴스

이들은 빠르면서 제구도 잡힌, 그야말로 빈틈없는 공들을 속속 꽂아 넣었다. 특히 오타니가 미국과의 WBC 결승전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시속 164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를 섞어 타자들을 요리하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냈다. 일본은 투타 균형을 앞세워 2006·2009년 이후 통산 세 번째 WBC 우승을 차지했다.

NPB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은 브라질 출신 외국인 투수 티아고 비에이라(30·밀워키 브루어스)가 2021년에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던진 시속 166km 짜리 공이다.

일본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오타니가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뛰던 니혼햄 시절인 2016년에 NPB 역사상 일본인 투수 최고 구속(시속 165km)을 찍었다. 최근 사사키가 지난달 4일 WBC 연습 경기에서 똑같은 구속을 찍어 조만간 이 기록은 깨질 수도 있다.

◇미국엔 시속 169km까지 등장

MLB(미 프로야구)에선 시속 160km를 40~50년 전부터 넘나들기 시작했다.

1974년에 MLB 통산 ‘삼진왕(5714개)’인 놀런 라이언(76·미국)이 처음으로 시속 100.8마일(162.2km)짜리 공을 던졌다. 당시 그가 던지는 공의 구속을 측정하기 위해 처음으로 ‘레이더 스피드 건(radar speed gun)’이 경기 중에 사용되기도 했다.

김병현(44)과 한때 동료로 한국에서 유명했던 ‘빅 유닛(Big Unit)’ 랜디 존슨(60·미국)도 1990년대부터 시속 102마일(164.1km)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꾸준히 던지는 걸로 화제가 됐다. 당당한 체격(키 208cm·102kg)을 과시한 존슨은 라이언에 이어 MLB 통산 탈삼진 2위(4875개)에 올라 있다.

MLB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69.1km(105.1마일) 짜리 광속구다. 쿠바 출신 외국인 투수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35·캔자스시티 로열스)이 2010년 9월에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던지며 구속의 신기원을 열었다. 한동안은 MLB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통했다.

조던 힉스. /로이터뉴스1

이어 2018년 5월에 조던 힉스(27·미국·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이 숫자에 도달했다. 힉스는 2023 MLB 정규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31일에 올 시즌 최고 구속인 시속 103.8마일(16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여전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시속 170km의 시대’도 어쩌면 멀지 않을 수도 있다.

◇구속과 제구력 다 갖춰야 ‘특급 투수’로 성장

문동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현재 안우진, 장재영(21·키움), 정우영(24·LG)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장재영.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하지만 빠른 공만으론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더 큰 무대를 꿈꿀 수도 없다. 제구력은 기본이고,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체인지업이나 오타니의 ‘스위퍼(sweeper)’처럼 언제든지 의지할 수 있는 확실한 주무기를 갖춰야 한다.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출신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투수는 뭐니뭐니 해도 기본은 제구다. 어릴 때 제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침체된 한국 야구의 미래와 부흥기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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