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스스로 빛을 발해”… 매력에 빠져 늦깎이 도전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4. 15. 12:01
오네뜨장의 서강원 셰프
용인대 유도학과 자퇴하고 요리의 길
27살 나이로 美 뉴욕 요리학교에 입학
덴마크 유학시절 ‘뉴 노르딕 쿠진’ 경험
여러 레스토랑 거쳐 ‘오네뜨장’ 헤드셰프로
한우 웰링턴·조개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
“일관된 간과 맛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
용인대 유도학과 자퇴하고 요리의 길
27살 나이로 美 뉴욕 요리학교에 입학
덴마크 유학시절 ‘뉴 노르딕 쿠진’ 경험
여러 레스토랑 거쳐 ‘오네뜨장’ 헤드셰프로
한우 웰링턴·조개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
“일관된 간과 맛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
오네뜨장의 서강원 셰프를 만났다. 그는 특이한 요리 경력을 가진 셰프 중 하나이다. 용인대 유도학과로 진학하였을 정도로 운동에 자질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군 제대 후 미래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운동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이 쌓이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요리가 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여 체육대학을 자퇴하고 요리의 길을 걷게 되었다. 25살 늦은 나이에 진로 변경을 하려다 보니 이왕 늦었는데 가장 좋은 요리학교에서 배워 보자는 생각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27살의 나이에 입학하게 되었다.
첫 직장은 뉴욕 타임스스퀘어 옆에 있는 ‘더 오레올(the Aureole)’이라는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이었다. 학교 커리큘럼 중 4개월 동안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일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요리를 시작해 빠르게 배워 보고 싶은 생각에 가장 바쁘고 작업량이 많아 인턴에게도 요리해볼 기회가 주어지는 레스토랑을 선택하게 되었다. 배우고자 하는 욕심만큼 성실하게 인턴 기간을 지내고 졸업하자마자 정직원으로 1년 동안 일하게 되었다. 당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는 경력이 없는 직원들에게 생선이나 고기 파트를 시켜주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경력도 없는 외국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선과 고기 파트에서 9개월 이상 일할 기회를 주어서 인턴 포함 1년 4개월 만에 주방 내 모든 파트를 경험하고 빠르게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나서는 유럽 쪽에서도 일해 보고 싶어 영어를 사용하면서 미식이 발달한 나라들을 알아보던 중 당시 세계 1위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노마(Noma)’를 필두로 뜨겁게 떠오르는 덴마크에 관심이 생겨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덴마크로 향했다. 아무 연고도 없이 덴마크에 도착하고 보니 워낙 전 세계에서 요리사들이 스타주(돈을 받지 않고 실습하는 것)를 많이 와서 웬만한 레스토랑들은 정직원은커녕 스타주 자리조차 2~3개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40곳이 넘는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넣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 좋게 덴마크에서 가장 전통 있고 오래된(당시 40주년) 레스토랑인 ‘콩 핸스 킬더(Kong hans kealder)’에서 같이 일해 보자고 연락이 와서 바로 수락하고 일을 시작하였다.
이곳은 당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는데 40년이나 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답게 음식과 수준이 높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당시 덴마크에는 콩 핸스 킬더를 필두로 한 전통 프렌치 레스토랑들과 노마를 필두로 새롭게 떠오르는 ‘뉴 노르딕 쿠진(New Nordic cuisine)’이 대세였는데 덴마크에 왔으니 새로운 물결인 노르딕 음식들도 경험해보고 싶어 7개월 동안 일한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아마스(Amass)’와 ‘가듀(Kadeu)’라는 두 레스토랑에서 4개월간 스타주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1년간의 덴마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밍글스(Mingles)’에서 일을 바로 시작하게 되었다. 밍글스는 한식을 베이스로 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었는데 3년 9개월 동안 일하면서 부주방장 직급까지 올라 요리를 배우는 것은 물론 직원들 관리와 레스토랑 운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현재는 압구정에 있는 ‘오네뜨장(Honnetes gen)’ 헤드셰프로 근무하면서 레스토랑과 함께 성장 중이다.
오네뜨장은 모던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역사가 깊은 프랑스의 요리법을 사용하면서도 식재료들은 클래식한 프랑스의 식재료만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에서 계절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들을 같이 사용하여 아시아적인 터치가 살짝 들어간 모던하고 창의적인 프렌치 요리를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한우 웰링턴이다. 한우 채끝을 전복과 감자, 표고버섯, 양송이버섯으로 만든 뒥셀과 함께 페이스트리 도우로 감싸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도우 안에 촉촉한 뒥셀, 그리고 쫄깃한 식감의 전복과 깊은 풍미의 한우 채끝이 어우러져 코스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해 줄 수 있는 묵직한 메인메뉴이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조개 파스타. 초봄이 제철인 새조개와 모시조개를 이용해서 파스타를 만들었다. 면은 좀 더 탱글탱글한 식감인 칸놀리키라는 쇼트 파스타를 사용했고 봉골레와는 다르게 조개 육수로 만든 클램벨루테 소스를 사용하여 좀 더 농후하고 깊은 조개의 맛을 느끼실 수 있다.
서 셰프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재료들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계절에 따른 변화와 생산 지역에 따라 다른 맛을 보여주는 다양한 식재료를 먹어보고 사용해보면서 각 재료의 특징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만 식재료가 가진 최고의 맛을 끌어낼 수 있고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통해 계절감과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식을 만들 때 일관되게 간과 맛을 잘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소금간을 잘 맞추는 것이고 이 기본적인 간만 잘 맞으면 어떠한 요리도 맛이 있다고 느끼도록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요리사들이 요리하다 보면 그날의 컨디션과 직원마다 선호하는 염도가 달라 음식의 간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염도와 대중들이 선호하는 간의 차이를 알게 하고 음식이 나갈 때마다 매번 간과 맛을 체크하게 하여 100번 만들면 100번 다 일정한 맛이 나오도록 훈련하고 있다.
앞으로 오네뜨장에서 좀 더 경험과 실력을 쌓고 레스토랑과 함께 성장하여서 폴 보퀴즈나 알랭 파사르 셰프들처럼 깊은 내공이 쌓여 있는 음식을 만들면서 나이가 들어도 멋지게 요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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