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과 '검정 고무신'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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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 최고 화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더 퍼스트 슬램 덩크'가 지난 1월 개봉해 관객몰이를 하더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너의 이름은.'의 380만 명)을 넘어섰다.
두 애니메이션이 흥행 다툼을 하며 한국에서 모은 관객은 13일 기준 890만 명('더 퍼스트 슬램 덩크' 446만 명, '스즈메의 문단속' 444만 명)이다.
한국에선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 덩크'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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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 최고 화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더 퍼스트 슬램 덩크’가 지난 1월 개봉해 관객몰이를 하더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너의 이름은.’의 380만 명)을 넘어섰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3월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11일까지 35일 연속 일일 흥행 1위를 달렸다. 14일에는 ‘더 퍼스트 슬램 덩크’ 흥행 기록을 추월했다. 두 애니메이션이 흥행 다툼을 하며 한국에서 모은 관객은 13일 기준 890만 명(‘더 퍼스트 슬램 덩크’ 446만 명, ‘스즈메의 문단속’ 444만 명)이다. 올해 총 관객수(2,767만 명)의 32.1%에 해당한다. 불황의 터널에 갇힌 국내 극장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면 앞이 깜깜했을 만하다.
이쯤에서 누구나 의문을 품을 만하다.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라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은 왜 유난히 약세인가. 여러 문화 분야에서 일본에 버금가거나 앞서는 성취를 거두고 있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은 왜 뒤처져있는 것처럼 보일까. 한국에선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 덩크’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없는 걸까. 기술은 부족하고, 인재는 없는 걸까.
기술은 있다. 인재가 있기도 하다. 없는 게 있다. 산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국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조4,300억 엔(약 14조 원)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국내 시장 규모는 7,555억 원이다. 극장 매출만 놓고 봐도 일본에 비교하기 민망하다. 2021년 국내 극장 애니메이션 매출액은 819억 원이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난 10일까지 일본 극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144억5,000만 엔(약 1,418억 원)이다. 신카이 마코토(‘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 감독 같은 인재가 성장하고, 금전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산업 환경이 일본에는 조성돼 있다.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실사영화나 드라마 쪽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각광받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 주도로 제작하려는 기획들이 한일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내보자는 움직임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는 걸까.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면 육성해야 마땅하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계의 칸’이라 불리는 프랑스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마리 이야기’)을 받는 등 여러 성과를 일궈왔다. 재능 있는 감독들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출되고 있기도 하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나 픽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적지 않다. 인재를 키울 토양이 조성되고 산업적 토대가 마련된다면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가 적극 지원을 해야 한다. 돈만으로는 안 된다. 산업이 영세하면 불공정 계약이 횡행한다. 창작자가 우대받고, 창작물이 제값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저작권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만화 ‘검정 고무신’의 이우영 작가 같은 사례가 나와서는 안 된다. 한국 연예계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노예 계약’은 2009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인 전속 계약기간을 최대 7년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정책은 판을 바꿀 수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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