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서 호흡곤란 2∼3명씩”…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된 배경은
재정부담에 4량→2량 축소…수요 예측 실패로 대안 마련 난항
인구 50만명 도시에 2량짜리 전철…열차 추가 연결도 어려워
‘지옥철’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 사고가 속출하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 조달을 위한 면밀한 계획 없이 무리하게 열차 개통을 밀어붙인 바람에 수요 예측에 실패하고, 이로 인해 교통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2량짜리 꼬마열차가 탄생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국비 지원 없이 철도를 건설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2량 열차만 운행 가능한 ‘미니 승강장’을 건설한 탓에 열차 추가 연결을 통한 혼잡도 완화 개선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김포도시철도 직원들은 열차가 급정거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선 김포도시철도 노조위원장은 “종점이자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에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호흡곤란이나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2∼3명은 나온다”며 “승객분이 쓰러지는 일도 한 달에 1건 정도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포골드라인 역사 승강장이 2량짜리 꼬마열차 기준으로 건설된 탓에 열차 규모를 늘려 혼잡도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긴급대책회의에서는 “인구 50만명 도시에 2량짜리 전철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전임 시장들이 수요 예측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포골드라인이 2량짜리 열차에 맞춰 설계된 것은 김포시의 무리한 사업 추진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김포시는 애초 김포골드라인과 같은 경전철이 아니라 중전철인 서울지하철 9호선을 김포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막대한 예산 투입 때문에 경제 타당성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김포시는 9호선 유치를 위해 중앙정부나 경기도로부터 사업비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서약까지 했으나, 결국 건설비 부담 탓에 이 계획은 무산됐다.
김포시는 경전철로 사업 방향을 변경한 뒤에도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조속한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결국 김포골드라인 총사업비 1조5000억원은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 분담금 1조2000억원과 김포시 예산 3000억원으로 마련했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국내 최초 사례가 됐지만 이는 재정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김포시는 당초 계획된 4량에서 2량으로 열차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한다. 2011년 김포시의회에서 시의원들은 “2량짜리 도시철도가 건설된다면 출퇴근 시간대 원활한 수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는 역사 승강장도 2량 규모(33m)에 맞춰 설치하면서 열차 증량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나중에라도 열차를 늘릴 수 있도록 승강장을 3량 규모(47m)로 건설하려던 계획은 예산 부담 탓에 취소됐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김포골드라인이 계획될 때 김포시의 인구수는 25만명 수준이었으나 한강신도시 개발 등에 따라 50만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었다”며 “인구 50만 도시에는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을 건설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포시는 정부 예타 통과가 안 될 거라는 이유로 자체 예산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결국 사업비가 부족해지자 돈을 아끼려고 역사를 가장 작은 크기로 만들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김포골드라인과 대조적으로 인천지하철 2호선의 경우 현재 2량짜리 열차가 다니고 있지만 승강장은 4량 열차 기준으로 건설돼 언제든지 증량을 통해 혼잡도를 낮출수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도 승강장을 여유 있게 건설한 덕에 열차 규모를 4량에서 8량으로 단계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미래에 혼잡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미리 4량 기준으로 승강장을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김포시청∼개화∼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 지정과 출퇴근 시간대 셔틀버스 투입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천기 한강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김포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편도 3차로 도로 중 1개 차로를 버스전용차로로 쓰면 차량 정체만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당장 5호선 연장 등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도로망 확충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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