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루 "중앙은행 물가목표치 상향해야" vs 이창용·IMF는 '신중론'
최정희 2023. 4. 15. 11:34
IMF 고위급 패널 토론서 '중앙은행 물가 대응' 논의
올리비에·모하메드 "공급 부족이 문제…물가목표 3%로 상향"
이창용 "목표 변경할 때 아냐…목표 상향이 QE 대체재인지 살펴봐야"
IMF "전 세계 근원물가 '끈적'…현 시점 목표 변경 누구도 옹호 안해"
◇ 인플레는 ‘공급 충격’…“중앙은행, 인플레와 싸우지 말라”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주제의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겸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저는 더 높은 물가목표치를 지지해왔고 10년 전엔 4%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3%에 있다”며 “현 2%와 3%, 고작 1% 차이를 누가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물가목표치를 1%포인트 높인다는 것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여지를 1%포인트 더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목표치를 조정하지 않아도) 양적완화(QE)를 통해 우리는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가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블랑샤르 교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수요 증가, 매우 낮은 실업률 등으로 임금 인상 압박, 인플레이션 급등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충격에 의한) 1차 효과이지, 2차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얻은 교훈은 그들(인플레이션)과 열심히 싸우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급) 충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중앙은행이) 충분한 신뢰가 있다면 충격과 싸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시스템 등 금융불안으로 매우 급격한 금리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유형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이 모든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재정과 통화정책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저격수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퀸스칼리지 총장은 “중앙은행들은 물가 목표치 상향 조정 얘기를 하지 않기를 원하지만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수요 부족에서 현재 총공급 부족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 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기업들은 서로 다른 공급망을 구축하고 (탄소) 등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며 “2% 물가목표제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물가목표치 변경할 시기 아냐”
반면 이날 토론자로 함께 자리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확실히 우리가 물가목표치를 변경할 시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선진국 경기와 무관하게 고령화로 인해 한국 등이 저성장·저물가 시기를 경험하게 될 경우 QE를 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에 이럴 때 물가목표치 상향이 QE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선진국에서 QE 등 비전통적인 정책을 통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신흥시장은 불이익을 피할 수 있었는데 진짜 문제는 신흥시장만 장기 침체와 저물가를 겪을 때”라며 “고령화로 이럴 가능성이 한국 등 일부 아시아에서 심각하게 거론되는데 이럴 때 QE와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하게 되면 환율이 급등하고 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좋은 전략은 아니다. 재정 확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즉, QE 대체재로서의 물가목표치 상향 조정이 효과가 있을지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목표치 상향 조정에 대해선 반대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부총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고피나트는 “현 시점에서 물가목표치 변경은 누구도 옹호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모두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공통 요인이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하락하지만 근원물가는 매우 경직돼 있다. 이는 유럽, 미국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처럼 금리를 먼저 인상한 곳도 여전히 근원물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경제를 뜨겁게 운영해도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소위 ‘플랫 필립스 곡선(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학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물가는 2% 목표와 달리 1.5% 수준에서 운영돼왔다”며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환경에 있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도 “통화정책이 전달되기 위해선 긴 시차가 있고 대부분의 통화정책이 작년 하반기에 발생해 우리는 아직 초반에 있다”며 “금융불안은 일부분의 문제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샤워실의 바보(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변덕스러울 때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하는 말)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립스 곡선은 죽지 않았다”며 “현재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프레임워크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피나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무역 분절화 등에 대해 또 다시 경고했다. 그는 “무역 분절화는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많은 나라들의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분절화,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 일본과 독일의 GDP를 합한 만큼 손실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올리비에·모하메드 "공급 부족이 문제…물가목표 3%로 상향"
이창용 "목표 변경할 때 아냐…목표 상향이 QE 대체재인지 살펴봐야"
IMF "전 세계 근원물가 '끈적'…현 시점 목표 변경 누구도 옹호 안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전례 없는 속도로 정책금리를 올렸다. 이제 서서히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물가가 안정돼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렸던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경제 구루와 중앙은행 등 전문가들은 물가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골대를 바꾸자는 의견과 물가를 잡을 때까지는 그냥 두자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 인플레는 ‘공급 충격’…“중앙은행, 인플레와 싸우지 말라”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주제의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겸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저는 더 높은 물가목표치를 지지해왔고 10년 전엔 4%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3%에 있다”며 “현 2%와 3%, 고작 1% 차이를 누가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물가목표치를 1%포인트 높인다는 것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여지를 1%포인트 더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목표치를 조정하지 않아도) 양적완화(QE)를 통해 우리는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가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블랑샤르 교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수요 증가, 매우 낮은 실업률 등으로 임금 인상 압박, 인플레이션 급등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충격에 의한) 1차 효과이지, 2차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서 얻은 교훈은 그들(인플레이션)과 열심히 싸우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급) 충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중앙은행이) 충분한 신뢰가 있다면 충격과 싸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시스템 등 금융불안으로 매우 급격한 금리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유형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이 모든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재정과 통화정책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저격수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퀸스칼리지 총장은 “중앙은행들은 물가 목표치 상향 조정 얘기를 하지 않기를 원하지만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수요 부족에서 현재 총공급 부족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 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기업들은 서로 다른 공급망을 구축하고 (탄소) 등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며 “2% 물가목표제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물가목표치 변경할 시기 아냐”
반면 이날 토론자로 함께 자리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확실히 우리가 물가목표치를 변경할 시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선진국 경기와 무관하게 고령화로 인해 한국 등이 저성장·저물가 시기를 경험하게 될 경우 QE를 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에 이럴 때 물가목표치 상향이 QE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선진국에서 QE 등 비전통적인 정책을 통해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신흥시장은 불이익을 피할 수 있었는데 진짜 문제는 신흥시장만 장기 침체와 저물가를 겪을 때”라며 “고령화로 이럴 가능성이 한국 등 일부 아시아에서 심각하게 거론되는데 이럴 때 QE와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하게 되면 환율이 급등하고 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좋은 전략은 아니다. 재정 확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즉, QE 대체재로서의 물가목표치 상향 조정이 효과가 있을지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목표치 상향 조정에 대해선 반대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부총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고피나트는 “현 시점에서 물가목표치 변경은 누구도 옹호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모두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공통 요인이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하락하지만 근원물가는 매우 경직돼 있다. 이는 유럽, 미국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처럼 금리를 먼저 인상한 곳도 여전히 근원물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경제를 뜨겁게 운영해도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소위 ‘플랫 필립스 곡선(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학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물가는 2% 목표와 달리 1.5% 수준에서 운영돼왔다”며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환경에 있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도 “통화정책이 전달되기 위해선 긴 시차가 있고 대부분의 통화정책이 작년 하반기에 발생해 우리는 아직 초반에 있다”며 “금융불안은 일부분의 문제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샤워실의 바보(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변덕스러울 때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하는 말)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립스 곡선은 죽지 않았다”며 “현재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프레임워크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피나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무역 분절화 등에 대해 또 다시 경고했다. 그는 “무역 분절화는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많은 나라들의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분절화,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 일본과 독일의 GDP를 합한 만큼 손실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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