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미래산업]게임체인저, 애플 MR과 메타팩토리에 주목하라

파이낸셜뉴스 2023. 4. 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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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미래산업연구소 소장
김호경 미래산업연구소 소장

[파이낸셜뉴스] 메타버스가 제조사와 발전사 등 기업분야의 경쟁력 확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메타버스팩토리, 메타버스발전 등으로 디지털전환이 가속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미래산업'은 메타버스가 그려내는 최신 트렌드와 미래 변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글입니다. <편집자주>

치솟았던 메타버스에 관한 열기가 차갑게 식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최근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며 메타버스 전략부를 해체하고 소속 50여명을 해고했다. 투자 대비 그럴듯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메타버스를 포함한 가상현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던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검색 빈도를 구글 트렌드로 파악해보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이후, 메타버스 검색량은 점차 추락하는 데 반해 AI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당장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AI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럼, 단기 수익 모델이 보이지 않는 메타버스 시장은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 아니다. 당분간 메타버스는 게임 분야에서 천천히 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이고, 가상현실 관련 트렌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오는 6월 출시될 애플의 첫 MR(혼합현실) 기기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회사보다 출시 시기는 늦었지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나오면서 관련 시장에 큰 변화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꺼져가는 가상현실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기대감이 팽배하다.

그럼, 엎치락뒤치락하는 메타버스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뭘까? VR기기의 불편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에 메타버스를 산업 현장으로 옮긴 현대자동차의 도전적인 전략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이다. 코로나 19 위기 국면에서도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 정상화를 통해 성장 둔화 최소화 및 고용 안정을 이뤄냈다. 그러나 △제조업의 성장률 둔화 △글로벌과 비교하여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익률 △경쟁력 약화로 국내 제조업에 위기 신호가 켜졌다. 이를 타파하고자 현대차는 '2022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2)에서 유니티와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념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도 시작했다. 연간 생산 목표는 3만대로 자동화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생산에 투입하는 인원은 30명 이하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HMGICS를 메타버스에 옮겨 디지털 가상공장인 'HMGICS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고자 한다.

메타버스도 새로운 개념이고, 통일된 정의가 없는데, 메타팩토리는 뭘까? 메타팩토리는 다음의 3단계 △현실 공장 기반 메타팩토리 구축 △현실 세계와의 연결 △자율 동작 메타팩토리 구축 과정을 거친다. 스마트팩토리와 달리, 메타팩토리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실공장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있다. 가상공장에서 문제를 미리 해결하여 실제 공장에 적용할 수 있고, 실제 공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가상공장에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에서 가상 실험을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위험한 경우 메타팩토리에서 진행할 수 있다. 생산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공장에 적용하고 생산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해결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B2B 거래에서도 메타팩토리를 통해 공급-수요기업 간 원활한 거래 및 제조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요기업 가상공장 제조공정에서 요구되는 수요기업 부품 공급량, 시기 등을 사전에 파악하여 공급기업의 생산시기, 생산량 등이 결정되어 수요-공급기업 간 물량조절, 불필요한 재고량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즉, 현실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물리적 방문 없이 원격으로 공장을 제어하고 감독하기에 관리비용을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 개선은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생산비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도심 속에 공장이 있어, 고객은 주문한 차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명 유리문 너머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차를 직접 체크하고 인수받을 수도 있다.

2021년 11월 KAIST는 '제조AI 메타버스 팩토리 체험관(이하 체험관)'을 개소했다. 제조 특화 AI를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현한 혁신적인 개념의 가상공장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인데 보자마자 미간이 구겨졌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안전모와 안전복을 입은, 다리도 없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대여섯의 아바타만이 거대한 기계 앞에 줄지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는 본인의 아바타로 대변된다. 가상패션의 중요성으로 제페토에서 '가상 구찌백'은 465만원에 판매되고, 아바타 크리에이터인 렌지는 월평균 150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메타팩토리 모델에서 근로자는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세계 어디에 있던 생산제조 업무에 관여할 수 있다. 그런데, 가상공장에서 장비와 시스템을 제어하고 다른 동료와 협업하는 근로자는 누가 누군지 식별 불가능한 아바타로 근무한다. 안전의 중요성으로 안전모, 안전복 착용을 강조하는건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바타와 이용자간의 감정적 유대관계가 끈끈할수록 이용자는 본인의 아바타에 대한 애착심이 커지고, 행동에 주의하게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정신건강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개성과 창의성을 잃어버린 재미없는 작업현장에 근로자가 마음을 둘 수 있을까? 척박한 산업 현장에서 오늘도 구슬땀을 훔치며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생각하는 메타팩토리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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