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화성포-18형, 한국 킬체인 무력화" 결론

김동엽 교수 "북한 중장거리 마시일 고체 전환 가속화"전망

북한이 13일 발사했다며 14일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차량발사대에서 발사돼 치솟고 있다./조선중앙통신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이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포-18형을 시험발사하고 이를 14일자 로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우리군의 킬체인이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가 아닌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된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시험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전체를 액체를 고체로 전환하는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4일 낸 분석자료에서 "북한이 이번 신형 ICBM에 사용한 고체연료의 장점은 신속성이라면서 액체연료는 부식성이 강해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고체 연료는 주입 시간이 필요없어 미 정찰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은밀하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실장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우리의 3축 체계 중, 사전 징후 포착과 선제 대응을 포함하는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면서 "화성포-18형 ICBM은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 ICBM보다 한미의 안보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해 선제타격으로 이를 무력화하는 킬 체인, 미사일 방어,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참수작전이 포함된 대량 보복 등 일련의 군사조치들로 이뤄져 있다. 킬체인은 북한이 액체연료를 미사일에 주입할 때 탐지해 공격하는 게 골자인데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은 미사일 저장고에서 바로 꺼내 발사할 수 있는 만큼 사전탐지 시간이 거의 없다.

북한군이 화성포-18 ICBM 발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발사차량은 9축 18륜의 대형이다. 원통형 캐니스터 안에 고체연료 ICBM이 들어있으며 압력가스로 미사일을 일정 높이로 쏘아올린 후 미사일 엔진을 점화하는 콜드론치 방식으로 발사한 것으로 정된다. /조선중앙통신 미사일방어옹호연맹(MDAA)

북한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북한의 고체연료 ICBM 발사에 대해 "지난해 12월 공개한 대출력고체엔진으로 만든 첫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그 시험은 북한이 계획하고 의도한대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교수는" 이번 첫 시험발사 성공은 북한이 이미 작전배치된 고체단거리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까지 전체적으로 액체를 고체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한다"면서 "조만간 정점고도와 사거리를 명확하게 밝히는 2차 시험발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날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기반 화성포-18형 ICBM을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화성포-17형의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바퀴 수는 11축 22개였는데, 당시 화성포-18형의 TEL 바퀴 수는 9축 18개였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 발동기들의 성능과 단분리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밝혔다.노동신문은 단 분리 사진과 화성포-18형에서 촬영한 한반도와 일본이 내려다보이는 비교적 선명한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분리된 1계단은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앞 10km 해상에, 2계단은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km 해상에 안전하게 낙탄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한 이번 시험발사가 "주변 국가들의 안전과 령내비행 중 다계단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방식으로, 2, 3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이처럼 화성포-18형의 첫 시험발사에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했기 때문에 고각 발사해 3000km 미만 고도로 1000km를 비행했는데, 최대속도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정점고도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정성장 실장은 추정했다.

김정은은 이번 화성포-18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면서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8》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 억제력 구성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며, 반드시 불가극복의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어 잘못된 저들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고 절망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은 앞으로도 화성포-18형 개발에 완전히 성공할 때까지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대미, 대남 핵 위협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한미가 북한에 대해서도 '잘못된 저들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절망에 빠지게 할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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