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마녀의 게임' 찍고 10kg 빠져...더 잘하고 싶어요" (인터뷰 종합) [단독]
[OSEN=연휘선 기자] 과묵하고 댄디하게만 보였던 '연속극 본부장' 뒤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캐릭터를 분석하는 노력이 있었다. '마녀의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현석의 이야기다.
지난 14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마녀의 게임'은 거대 악에 희생된 두 모녀의 대결을 그린 연속극이다. 이 가운데 이현석은 극 중 천하 패션의 디자인실 본부장 유인하 역을 맡아 로맨스를 더했다. 이에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OSEN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19회의 긴 이야기를 끝내며, 이현석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진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런 것 같다. 미련 없이 평온한 상태. 신인 배우로써 긴 호흡을 무사히 끝냈다는 점에서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싶다. 이번 작품 찍기 전보다 살이 10kg 정도 빠지긴 했는데, 그런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빼면 잃은 것은 없고 오히려 비어있던 부분을 많이 채운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는 극 중 빌런 마현덕 역으로 열연한 선배 연기자 반효정에 대해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다른 선배님들도 모두 훌륭하시지만, 반효정 선생님을 보고 '어떻게 그 나이까지 저렇게 연기하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후배라고 다 지적하지 않으시고 저희가 하는 모든 것을 다 받아서 포용해주신다. 내가 뭘 하든 선생님을 보면 '다 들어와'하는 느낌이었다"라며 감탄했다.
이어 이현석은 "연기를 하다 보면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합이나 이런 것들이 안 맞았을 때 충돌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반효정 선생님은 자식들이 무슨 일을 하든 품어주는 부모님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써 저 역시 선배 연기자가 되면 선생님처럼 후배들의 모든 것을 품어주는 그릇을 갖추고 싶어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인공 설유경 역의 장서희 또한 이현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현석은 장서희에 대해 "일단 너무 아름다우시다"라며 웃은 뒤 "정말 소녀 같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배우들끼리 '연기를 계속 하고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도 돼야 하지만 늙지 말아야 한다'라고 한 적이 있다. 특히 육체적인 것들은 제어할 수 없지만 정신적인 것들이 늙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배우는 아이 같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편인데 장서희 선배님은 때묻지 않은 모습이 아이 같다가도, 고귀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라고 했다.
체력 관리 또한 이현석이 '마녀의 게임'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은 것 중 하나였다. 그는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너무 많이 배웠다. 살이 5kg, 10kg 빠졌을 때 내 모습이 어떤지 알아내고,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배를 하고 현장에 나갔을 때 최상의 상태를 만들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현석은 '마녀의 게임'을 촬영하며 10kg 가량을 감량했다. 그는 "평소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 촬영 하면서 오디션부터 하면 10개월 동안 술을 4~5번 밖에 안 마셨다. 잠자고 대본 보기 바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신 그는 "이 정도로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에 어떤 작품이 와도 거뜬할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그는 "이 작품으로 가장 크게 얻은 건, 부모님이 저를 안 보고 싶어하시는 거다. 예전엔 20년을 따로 살았다. 가족들은 지방에 계시니까. 두달마다 언제 내려오냐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을 매일 봐서 오라는 말을 안하시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작품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현석에게 '마녀의 게임'은 빠르게 만난 첫 주연 작품이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출신에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33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한 것. 그는 엘리트, 화이트 칼라 직장인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들을 극복하고 '마녀의 게임' 유인하를 꿰찼다.
일면 평탄했을 수 있던 과거를 뒤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현석은 "어릴 때부터 연기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떤 영화를 보고 감정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 여행을 갔는데 거기 있는 사람 모두가 정말 행복해보였다. 그대로 당시 다니던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고, 20대 때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연기를 홀린듯이 준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연기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평생교육원 과정 등을 빠짐없이 소화하며 연기를 배워나갔다. 이현석은 "대사 없는 단역부터 시작해서 2년 정도 했다"라며 "솔직히 중간에 관둘 뻔한 적도 있었다. 내가 힘든 건 견디겠는데 그런 나 때문에 불행한 가족들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불효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다시 용기를 얻어 우울감을 떨치고 각오를 다잡은 일이 바로 지난해. 10kg가 빠질 정도로 고된 촬영이었지만 가족들에게 배우로서 활동도 각인시킬 수 있었고 무사이 첫 주연을 마치며 새로운 도약도 기대하게 됐다. 약점 같았던 '늦은 데뷔'도 이제는 자신 만의 경험을 쌓은 강점으로 여기게 됐다고. 현실적인 고민 속에 그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이현석의 노력이 어떻게 만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생에서 제일 꽂힌 게 연기인 것 같아요. 잘하고 싶고, 계속 하고 싶어요. 늦게 데뷔한 게 아쉬운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를 빨리 시작했으면 오히려 위험했을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고, 이런 저런 일을 겪은 게 배우로서 저만의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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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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