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살 고위험군 될 수 있어…복지만으론 문제 해결 못해"

구무서 기자 2023. 4.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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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김현진 광명시자살예방센터 팀장 인터뷰
"고비 순간 넘겨야…전문 인력 개입 필요"
"술 먹고 화낸 사람도…목소리 들어 다행"

[광명=뉴시스] 광명시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사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광명시자살예방센터 제공) 2023.04.14. photo@newsis.com


[광명=뉴시스] 구무서 기자 = "자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자살 고위험군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뉴시스가 만난 김현진 광명시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자살을 특별한 사람이나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자살예방 현장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온 그는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다며 복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김 팀장은 "복지 시스템만 잘 해결이 되면 자살을 하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라며 "부채 문제가 있거나 조직에서 갈등, 스트레스, 가족 불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런 분들께 병원 가세요, 복지 드릴게요, 이렇게만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도 꼭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자살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순간을 잘 넘기면 또 마음을 다 잡고 힘을 내는 분들이 많다"며 "그럴 때 그 한 순간의 고비를 넘기기 위한 전문 인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2019년부터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우편 자가검진사업인 '웃는 광명 만들기'를 시행하고 있다. 광명 시내 전체 세대인 2만7000여 세대에 전부 검사지를 우편으로 보내고 세대에서 회신을 하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 치료 등을 연계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변동은 있으나 회신 건수를 보면 2019년 36명, 2020년 148명, 2021년 19명이다. 회신이 많았던 2020년을 보면 회신자의 동기로 정신 문제 70명, 경제 문제 24명, 가정 불화 18명, 신병 비관 12명, 직장 문제 9명, 이성·관계 문제 5명 등 다양하다.

이중 의학적 소견이 필요한 고위험군 대상자 대상으로 전문의 상담을 진행했다. 2019~2021년까지 매년 각각 5명이 전문적인 상담을 받았다. 같은 기간 18명은 지자체에서 치료비를 지원해 전문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비의 경우 환급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관내 병원을 이용할 경우 선결제를 해 이용자가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팀장은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분들이 자살을 하지 않고, 그로 인해 또 다른 고위험군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독거노인 중 고위험군 대상으로 일대일 매칭을 해 말 벗이나 나들이를 함께하는 '가가호호 일촌맺기', 관내 경로당 방문 우울척도 검사 등도 실시하고 있다.

김 팀장은 "경로당에 다니실 정도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우울 수치가 높은 경우가 더러 있다"라고 말했다.

자살예방 업무를 하는 직원은 김 팀장을 포함해 10명 정도가 있다. 김 팀장은 야간이나 주말에도 상담자나 자살 시도자들의 연락을 받기도 한다.

그는 "사실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대체로 상담자들이 얘기하는 내용들이 우리가 해결을 하기 상당히 어려운 일 들이고, 또 전화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얘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하고 간혹 술 취해서 전화해서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며 "그래도 이 분들이 죽지 않고 오늘도 전화를 해줘서, 이 분들의 목소리를 오늘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자살 예방을 위해선 지자체와 함께 관계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 시도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 소방, 경찰, 응급실인데 이곳에서 우리에게 관련 정보를 보내주면 당사자와 가족, 주변 사람 등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공동체 문화"라며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그 사람은 그럴 줄 몰랐다고 하는데 사실은 힘들었던 포인트들이 있었다. 누구나 내 옆 사람의 안부를 묻고 살피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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