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남자와 외톨이 소년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3. 4.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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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셸리(주노 템플)라는 여인과 동거 남자, 어린 아들 샘(라이더 앨런)이 살고 있다.

큰 덩치에 우직한 인상의 파머가 말없이 눈물을 흘릴 때, 약자를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던질 때 감정의 파도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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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영화 '파머'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전과자 파머(왼쪽)외 외톨이 소년 샘은 이웃이라는 연결고리만 있으나 부자지간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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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남자 파머(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이제 막 출소했다. 12년 만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작은 도시 실뱅에서 그를 기다리는 이는 할머니 비비언(준 스퀴브)이다. 고향집 마당에는 트레일러가 놓여있다. 셸리(주노 템플)라는 여인과 동거 남자, 어린 아들 샘(라이더 앨런)이 살고 있다. 파머의 친구들 대부분은 결혼했고, 배가 나왔다. 풍경은 딱히 바뀌지 않았으나 생활 환경과 사람들은 변했다.


①새로운 삶 살고 싶은 남자

파머(왼쪽)는 인심 좋고 신앙심 깊은 할머니를 매개로 샘과 교류하게 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파머는 촉망 받던 미식축구 선수였다. 루이지애나주립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는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고,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렀다. 파머는 다시 살고 싶다. 홀로 자신을 키운 할머니의 몸과 마음을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다.

갱생은 쉽지 않다. 일자리 잡는 일부터가 힘겹다.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다. 할머니마저 의심을 한다. 친구들은 그를 위하는 척하나 큰 도움을 주진 않는다. 할머니의 평판이 그나마 힘이 된다. 초등학교 시설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


②아이에게서 발견한 가족애

샘의 엄마 셸리는 마약중독자로 모성을 행동으로 발휘하기 어렵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셸리는 마약중독자다. 종종 집을 비운다. 갈 곳 없는 샘은 파머의 집에서 머문다. 샘은 소녀 취향을 지녔다. 바비 인형으로 놀기를 좋아하고, 공주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즐긴다. 여자 옷 입기를 원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려 한다. 급우들이 그런 샘을 가만둘 리 없다. 따돌림은 일상이다. 전과자로 외면 받는 남자 파머와 외톨이 소년 샘은 가까워진다.

셸리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파머가 샘의 아빠 노릇을 한다. 파머가 5세 때 그의 어머니가 가출했고, 고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파머는 샘에게서 자신의 유년을 발견한다. 그는 소년의 후견인이 되고 싶다. 재력이 충분치 않은 전과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③사랑은 포용이다

파머는 이해와 포용과 배려로 샘을 품는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샘은 파머를 따른다. 단지 잘 대해주는 어른이라서가 아니다. 파머는 샘의 취향을 받아들인다. 셸리나 셸리의 동거남과는 다르다. 파머도 처음엔 남성성을 강조하나 이내 샘을 이해한다. 샘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민이나 동정 또는 가족애가 샘과 파머 사이를 잇는 건 아니다. 이해와 포용과 배려다. 샘이 셸리보다 파머에게서 부모로서의 정을 더 많이 느끼는 이유들이다. 교사 매기(앨리샤 웨인라이트)가 파머와 샘으로부터 호감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사가족이라는 영화의 소재는 진부하다. 하지만 영화는 화면을 응시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의 많은 부분은 파머에게 나온다. 큰 덩치에 우직한 인상의 파머가 말없이 눈물을 흘릴 때, 약자를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던질 때 감정의 파도가 밀려온다.

뷰+포인트
배우들의 호연이 눈길을 잡는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2000년대 초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보이그룹 엔 싱크 멤버였다는 점을 더 이상 떠올리게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연기를 해낸다. 마약중독자를 연기한 주노 템플도 인상적이다. 귀여운 아역 이미지는 이제 찾기 힘들다. 파머가 샘의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기가 극적이지는 않다. 자극적이지 않고 현실적인 이야기라 더 설득력을 주는 영화다. 중견배우이면서 감독으로 활동해온 피셔 스티븐스이 연출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2%, 관객 8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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