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정부에 항의하며 나의 하루를 멈춥니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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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나온 초등학생, 휴가를 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정부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농민 등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4월14일 하루를 멈췄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414 기후정의파업'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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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나온 초등학생, 휴가를 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정부 주도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농민 등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4월14일 하루를 멈췄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414 기후정의파업’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번 기후정의파업은 지난해 9월24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항의하는 직접행동의 의미가 있다. 주말이 아닌 금요일 낮에 열린 집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직접 제작한 손팻말을 들고 행렬에 동참했다. 한자리에 모인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과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이유를 물었다. 기후정의파업에 동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선]으로 전한다.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 이용도씨(48)
“정부의 탈 석탄 정책에는 노동자가 배제되어 있어요. 5년 후 점차 태안 화력발전소의 발전기가 가동을 중단할 텐데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정부는 기후위기에 일자리가 사라진 노동자와 지역소멸에 대한 방안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제주도 서귀포고등학교 1학년 정근효 군(17)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현장실습을 신청하고 왔어요.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과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이슈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평화를 없애고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스스로 막고 싶어요. 학생인 제가 공부를 잘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충청북도 음성군 천윤미씨(41)와 딸 민설(12) 양
“음성군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상담과 법률지원을 하면서 현장 노동자의 삶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많고 있다고 느꼈어요. 음성군에 큰 산업단지 개발이 시작되고 논과 밭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걸 목격하면서 문제의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기후정의파업에는 딸과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제천간디학교 김윤아 양(17)
“기후위기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쪽은 지금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아니라 청소년들인 저희들이라고 생각해서 나오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인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는 기후위기 앞에 놓인 제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도 해서 손팻말에 적어봤어요.”
곡성 항꾸네협동조합 김영지씨(32), 백민해씨(35), 이한나씨(26).
“자연 친화적이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곡성군으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30년도 넘은 폐기물 처리장 때문에 여기서도 쓰레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가 쓰레기 생산을 규제하지 않으면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지씨)
“지구의 온도가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높아진다는 사실을 듣고 절망스러운 마음이었어요. 사실 제가 살기 위해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기후위기 심각성을 공유하고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어요.” (백민해씨)
“올해 처음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막상 농사를 짓기 시작하니까 기후위기가 더 심각하게 와닿았어요.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저 또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한나씨)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2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시작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수백 개의 깃발과 함께 길거리 연주도 펼쳐졌다. 아이들은 부부젤라를 불고 어른들은 꽹과리나 장구를 쳤다. 전국 350개 단체 소속 회원을 포함해 전국 27개 지역에서 40여 대의 버스로 온 사람들로 주최 측 예상 인원보다 많은 4000여 명 이상이 모였다.
기후정의파업 동참 열기는 지난 3월21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내놓은 제1차 탄소중립계획(안)이 발표된 이후 더 뜨거워졌다. 계획안에는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편의를 봐주고, 현 정부 임기 이후로 그 책임을 방기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정의파업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기업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후정의’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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