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1세 차세대 에이스, 16볼넷이 뭐 어때서…ERA 2.77, 기 죽지 말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민감해하지 마라.”
KIA 김종국 감독도 이의리의 현주소를 잘 안다. 1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WBC에 가기 전부터 밸런스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지난주 두산과의 홈 개막 3연전 기간에는 이의리가 등판하는 날에는 임기영 등 두 번째 투수를 빨리 준비시킨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3경기서 13이닝을 소화했다. 8안타를 맞았는데 볼넷이 16개다. 정확히 피안타의 두 배. 자연스럽게 WHIP도 1.85로 수준급과 거리가 있다. 내용을 뜯어 보면, 타자들을 특유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커브 등의 조화로 압도하다가 갑자기 볼을 남발하며 연속 볼넷을 내준다. 탄착군이 매우 넓어진다.
궁극적으로 해답은 명확하다. 투수는 볼넷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 이의리가 개선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이 부분을 과도하게 의식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평균자책점이 2.77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기준으로 11위다. 나쁘지 않다.
풀타임 선발이 통상적으로 한 시즌에 28~30회 등판해 평균자책점 2점대 후반을 찍는다면, 수준급 투수라고 봐야 한다. 즉, 이대로만 쭉 가도 좋은 투수라는 의미다. 참고로 이의리는 2022시즌 29경기서 154이닝을 소화해 사사구 83개에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데뷔한 2021시즌에도 19경기서 94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61을 찍었다. 사사구는 58개. 올 시즌 사사구 페이스가 지난 1~2년보다 가파른 건 맞다.
지도자들이 투수에게 볼넷을 최소화하라는 건, 통상적으로 볼넷으로 주자를 쌓을 때 결과가 나쁜 경우가 많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의리의 경우, 볼넷을 많이 내주는 것 치고 평균자책점 관리는 잘 되는 편이다. 올 시즌만 해도 3경기서 13이닝 16볼넷에 자책점은 4점이다.
김종국 감독도 근본적으로 이의리가 개선하길 바란다. “본인이 경기를 치르다가 잡아야 한다. 어제 경기(13일 광주 한화전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5볼넷 1실점)는 가볍게 던진 것 같다. WBC 가기 전에는 강하게만 던지려고 한 것 같은데, 지난 등판보다 나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볼넷 이슈는 투수의 기술 외에 심리 상태와도 밀접한 관계를 지닐 수 있다. 투수 본인이 자신의 제구가 안 좋다고 느끼는 순간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반대로 본인이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투수이론에 해박한 한화 손혁 단장의 논리다.
그래서 이의리 케이스는 긍정적이다. 본인이 미묘하게 좋아지는 걸 느낀다. 1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다”라면서도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낀다. 어제 경기도 괜찮았다”라고 했다. 제구 문제를 인식하고 교정 중인지 묻자 “그런 건 없다. 경기 전 훈련은 작년과 똑같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볼넷이 많지만 점수를 적게 준다고 하자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 감독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의리는 항상 자기 몫을 해주는 선수다. 작년, 재작년에도 평균자책점은 3점대였다. 올해도 2점대이지 않나. 너무 민감하지 마라고 하고 싶다”라고 했다.
볼넷도 적게 주고, 점수도 적게 주면 최상이다. 그러나 결국 목적지를 잘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의리는 아슬아슬하지만, 매 경기 목적지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다. 어쩌다 볼넷이 화근이 돼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러나 특급에이스들도 경기를 망치는 날은 있다. 어떻게 보면 이의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볼넷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는 키움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에게 볼넷, 제구 난조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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