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언제 하나요?” 주4일 수업 도입했더니…교사들만 '워라밸'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다시 주 5일제로 돌아가자고 하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미 비영리 교육단체 에드소스)
영국과 호주 등에서 기업의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학교들의 ‘주 4일 수업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평일에 나흘만 학교에 가고 금요일부터는 긴 주말을 보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주 4일 수업제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수업일 단축의 의도와 목적이 학생이 아닌 교사, 그리고 학교 운영비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 외신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미국에서는 주 4일 수업제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현재 미 전역에서 약 1600개의 학교가 주 4일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20년 전 250여개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주 4일 수업제는 텍사스와 미주리, 아이다호 등 일부 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다수의 주 정부가 공립학교의 최소 수업일을 5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반면 미주리주의 경우 4분의 1이상의 학교가, 아이다호주에서는 거의 절반에 달하는 학교들이 일주일에 나흘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학교들의 주 4일 수업제는 최근 생겨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1930년대부터 일부 학교들이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해왔고, 1970년대 들어서는 가스값이 치솟자 에너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업 일수 단축에 동참하는 학교들이 늘었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다수의 학교들이 줄어든 예산에 맞춰 수업일을 줄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동안 또 다시 주 4일 수업제를 채택한 학교들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장기화로 학교들이 잇따라 폐쇄되자 교육 구조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결국 많은 학교들이 수업 일수를 단축하는 방안을 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수업일 단축이 교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부상한 것도 주 4일제 확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텍사스 다이세타의 팀 바트람 헐-다이세타 고등학교 교장은 지난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을 구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다른 큰 도시와 (교사 유치를 놓고) 경쟁할 재정적 능력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4일 수업제가 사실상 교사들의 ‘주 4일 근무제’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교사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높은 급여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시골에 있어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들의 경우에는 근무일 단축이 교사들을 유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교육 연구원인 에밀리 모튼은 “주 4일 근무를 하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겨진 학생들이다. 이미 팬데믹 기간동안 잇따른 학교 폐쇄로 학습 손실을 겪은 학생들이 수업일 단축으로 또 다시 학업의 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와 오리건주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주 4일 수업이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주 4일 수업제가 상당한 학습 손실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학생들은 이제 팬데믹 동안 잃어버린 학습을 회복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면서 “이는 미국을 더 가난하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더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어른들의 대응방식’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텍사스주와 미시간주에서는 의회 차원에서 일주일에 5일을 의무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도록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비영리 교육 싱크탱크인 포덤인스티튜트의 제프 머레이는 “현재 주 4일 수업제가 확산하는 원동력은 그것이 시간과 돈을 절약시켜준다는 어른들의 믿음”이라면서 “하지만 학교의 전략은 어른들의 선호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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