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을 쓰러트린 위험한 스윙 “고쳐야한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4년 전이다. 그라운드가 자주 웅성거렸다. 타자 한 명의 스윙 때문이다. 히어로즈 소속이던 박동원이 문제였다. 그의 배트에 맞아 다치는 포수가 속출했다.
첫 사고는 5월에 터졌다. 피해자는 장성우(KT)였다.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린 방망이에 (포수용) 헬멧을 강타당했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머리에서 출혈이 생겼다.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첫 날이었다. 피는 멈췄지만 통증은 남았다.
비슷한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 해에만 여러 명이 당했다. 롯데 나종덕, 한화 지성준, 두산 박세혁, SK 이재원, NC 정범모 등이다. 이들은 머리나 팔뚝, (미트를 낀) 왼손에 타박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그 해 8월 크게 논란이 됐다. 트윈스 이성우가 팔뚝을 강타당하고 교체된 시점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여러 매체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마침 박동원이 몇 가지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시기였다. 맹렬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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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4일) 인천 랜더스필드 경기다. NC-SSG전에서 사고가 터졌다. 홈 팀의 6회 공격 때였다. 5번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변화구(139㎞ 포크볼)에 배트가 크게 헛돌았다. 그러면서 스윙 뒷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방망이가 포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큰 소리와 함께 박세혁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포수용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충격에 일어나지 못했다. 급히 구급차가 들어왔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에레디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절부절했지만, 교체 없이 9회까지 게임을 마무리했다.
비슷한 일은 종종 일어난다. 일단 규정을 따지면 답이 없다. 타석에서의 위치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칠 의도가 있었을 리도 만무하다. 무엇보다 타격 폼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때문에 상대 포수는 계속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포수가 위치를 바꾸면 된다. 그러나 이것도 간단치 않다. 뒤로 물러나면 투수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렵다.
다시 2019년 박동원의 예를 보자. 본인도 스윙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때문에 상대 포수에게 “너무 가까이 붙어 앉지마라”고 당부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자신이 투수 쪽으로 조금 나가며, 포수 최재훈(한화)에게는 ‘따라 나오지 말라’는 듯한 손짓을 취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안전 거리를 유지하자는 의도다.
그리고 9월 이성우 사건 이후로 좀 더 달라졌다. 여론의 지탄이 커지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남을 다치게 하고 피해를 주는 것은 싫다. 나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고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당시 그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뒷스윙 궤적이 너무 크다는 것과 배트를 자주 놓쳐 다른 선수들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후 타석 위치를 조정하고, 방망이 잡는 법을 수정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별다른 탈은 없었다.
에레디아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언제 또 사고가 날 지 모른다.
실제로 박세혁이 실려나간 직후의 일이다. 그러니까 바로 그 6회 세번째 타석 때였다. 대신 들어온 포수 안중열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6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또다시 배트로 포수 헬멧을 때렸다. 다행히 박세혁 때보다 강도가 약해서 충격은 덜했지만,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아마도 노련하고 조심성 있는 포수는 조금 뒤로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건 타당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선은 당사자가 고쳐야 한다. 스윙을 바꾸든지, (타석의) 위치를 바꾸든지 해야 한다. 아무리 규정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다. 위험한 플레이는 금물이다. 그게 룰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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