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사외이사]④제 기능 찾으려면…빅파마 사례 보니

차지현 2023. 4.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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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사외이사 독립성 및 다양성 확보 눈길
"국내도 경영인 출신·여성 사외이사 늘려야"

전문가들은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여성과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화, 이사회 실효성 평가 도입 등도 거론된다.

시총 564조 J&J 이사회, 특별한 점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제약바이오 기업 존슨앤존슨*은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했을까. 존슨앤존슨의 이사진은 총 13명이다. 사내이사는 호아킨 두아토 최고경영자(CEO)뿐이다. 나머지 12명은 모두 사외이사다.

*존슨앤존슨(JNJ 뉴욕 거래소) 시가총액: 14일 기준 4316억달러·약 562조1400억원

사외이사 선임 현황을 보면 회사가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 이사진의 54%(7명)가 경영인 출신, 38%(5명)가 교수 출신이다. 성비 균형도 맞췄다. 여성 사외이사는 6명으로 46% 비중을 차지했다. 매리 베컬레, 제니퍼 다우드나, 메릴린 휴슨, 폴라 존슨, 앤 멀케이, 나자 웨스트 등이 여성 사외이사다.

기업의 방패막이나 대관 로비 창구가 아닌,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인사로 이사회를 꾸린 점도 인상적이다.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의 경우 현직 CEO 2명·전직 CEO 5명 등 전부 기업 최고위직 출신이다. 허니웰 인터내셔널(항공우주)·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배송)·록히드마틴(군용기)·베스트 바이(전자제품)·제록스(프린트)·언스트 앤 영(회계법인) 등 업종도 다양하다.

존슨앤존슨 이사 및 위원회 구성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은 생명과학 전문가, 공중 보건 전문가, 보건 행정 전문가, 의약품 및 임상 전문가 등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제니퍼 다우드나와 나자 웨스트는 각각 노벨 화학상 수상자, 미국 육군 중장(외과 의사) 은퇴자라는 독특한 이력도 보유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6개에 달한다.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재무위원회 △인사 및 지배구조 위원회 △준법 및 지속가능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가 해당한다. 각 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생명과학 전문가로 구성한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한 게 눈에 띈다. 신약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존슨앤존슨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이사회는 총 15건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으로도 회의를 진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사회에서는 임원 교체, 사업 전략 등을 논의했다. 또 감사위원회 8건, 보상위원회 8건, 인사 및 지배구조 위원회 5건, 준법 및 지속가능위원회 4건, 과학기술위원회 4건 등 총 29건 이상의 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밖에 소비자 건강 특별 위원회도 11건 개최했다.

거버넌스, 글로벌 경쟁의 필수조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고한 오너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 체제 때문이다. 다른 산업군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도입도 느린 데다 '유리천장'도 견고하다. 리베이트나 경영진의 횡령, 배임 등 개별 기업 리스크도 크게 부각돼 왔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이제껏 합성의약품의 복제의약품(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내수 사업을 펼쳐온 탓에 세계적인 ESG 흐름을 굳이 따를 유인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 신약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하면서 이들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 됐다.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출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ESG 지표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평가 지표가 되고 있다. 거버넌스 개선이 필수가 된 셈이다.

해외기업 경영진출신 사외이사 선임비중. /그래픽=비즈워치

출발점은 이사회의 기능 회복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영인과 여성 출신 사외이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편향되지 않고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사외이사가 교수와 관료 출신,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면 의사결정의 폭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부정적"이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게 거버넌스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정비하고 이사회 활동 평가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사외이사의 활동 내용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문가는 "이사회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려면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서부터 대주주와 경영진을 배제해야 한다"면서 "이사회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묻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도 전문성 강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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