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 부자를 배출한 이 회사…클라우드로 다시 뜰 수 있을까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4.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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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와 계산원이 전혀 없는 소매점. 사고 싶은 물건을 담기만 하고, 지하철역과 같은 개찰구로 드나들기만 하면 알아서 계산 되는 미래형 점포. 상상만해도 신기한 이 매장은 이미 미국에서는 맘 먹으면 한번쯤 경험해볼만한 곳이었습니다. 바로 ‘아마존 고’ 얘깁니다.

아마존이 선보인 혁신적인 무인 점포는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로 정산 시스템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가능했죠. 고객은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아마존 앱을 이용해, QR코드를 스캐닝하면 매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국내서도 최근에 볼 수 있는 무인 편의점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사실 이 다음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담으면 아마존이 손에 어떤 제품을 들었는지 인식해 고객의 가상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센서와 카메라로 고객이 집어든 물건을 분간해내죠. 쇼핑이 끝나고 체크아웃 레인을 통과하면 물건 값이 고객의 아마존 계정에서 자동으로 정산돼 빠져나갑니다. 계산대서 줄 설 필요도 없고, 그저 걸어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 서비스가 무려 5년 전인 201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아마존 고 매장 수는 미국에서만 29개였죠.

그런데 전 세계에 이 모델을 퍼뜨릴것만 같던 아마존이 휘청입니다. 아마존 고 매장은 벌써 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뉴욕에서 운영하던 매장들입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재택근무 일상화로 이용률이 줄어들고, 아마존의 비용이 누적되면서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결론 내린 것이죠. 지난 3월에 9000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했고요. 지난해 3월에도 서점과 잡화점 등 68개 점포 폐쇄를 공언한 바 있습니다. 아마존의 미래는 이렇게 암울해지는 것일까요?

◆영업익 21% 감소 쇼크...클라우드마저 둔화세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고 전경.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에 4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아마존이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한 멍에를 쓰게 만든 것도 이 떄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에 1492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는데, 1년 전(1374억1000만달러)에 비해서는 8.5% 늘어난 것이었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1457억1000만달러도 웃도는 결과긴 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1%나 감소했습니다. 27억3700만달러(약 3조3528억)을 기록했죠. 물론 아마존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 중인 전기차 회사 리비안 오토모티브의 주가 급락에 따른 평가손 때문이라고 밝히긴 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전망을 암울하게 보이는 지점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은 213억7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 성장률인 27.5%보다는 부진했습니다. 이는 AWS 사상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영업이익은 52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7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마존의 AWS 실적이 중요한 까닭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이 높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AWS의 매출액 비중은 아마존 전체 매출액에서 13%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73%로 무려 22조원에 달했습니까요. 나머지 모든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의 두배 넘는 수준이죠. 결국 AWS 실적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아마존 실적도, 주가의 방향도 달라지는 겁니다.

◆’구독‘ 플랫폼 전략을 전 세계로 퍼뜨린 아마존

당분간의 영업익 둔화가 예상되지만 아마존이 미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임에는 분명합니다. 아마존은 고객을 최대한 아마존 서비스 플랫폼 안에 묶어두게 하는 ’구독‘ 전략으로 이용자들을 락인시켜왔습니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매년 약 435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전자책을 시작으로 클라우드와 제약, 헬스케어, 식품배달 등 사업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며 매출을 확대했왔죠.

2004년부터 시작한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매달 12.99달러(약 1만4600원)를 지불하면 아마존의 유료 회원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전 세계 1억 5000만 명이 넘는 충성 고객이 아마존 유료 멤버십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만의 정체성이 담긴 각종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으며 고객을 모으는 방식에 ’아마존당했다‘는 신조어도 회자가 됐습니다.

고객을 최대한 아마존에 묶어두는 데 효과를 본 방식은 바로 쇼핑과 OTT를 결합해낸 전략입니다. 아마존의 쇼핑 혁신은 유료 회원에게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유료 회원들은 구매금액과 상관없이 아마존에서 구입한 모든 제품을 이틀 내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배송비는 무료였죠. 일반 회원들의 경우 주문금액이 25달러 미만이면 별도 배송비가 부과됐고, 배송기간도 수일이 소요됐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 배송이 느린 북미 지역에서 이틀 내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고, 고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의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통해서 수천 개의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마존 뮤직에서 제공하는 6,000만 곡의 음악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2004년 첫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난 18년간 매출을 높여가며 전 세계 기업들에 무료배송 기반의 쇼핑과 OTT콘텐츠의 결합이 고객을 자사의 서비스에 강력하게 락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상 최대 매출낸 아마존은 2020년 4분기, 처음으로 1천억 달러 매출을 넘어서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아마존은 2020년 4분기에 1255억6000만 달러(약 150조)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디지털 조사업체 이마케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의 40%는 아마존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미래는 ’클라우드‘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사진=연합뉴스>
AWS는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하고자 할 때 처음 시작부터 서비스 개발, 배포, 유지 및 관리까지 모든 영역을 지원하는 종합 클라우드 기업입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의 점유율은 2020년 기준 40.8%가량으로, 2위부터 4위 사업자까지 합해도 AWS의 시장 점유율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2위 사업자인 MS가 19.7%, 3위인 알리바바가 9.5%, 4위인 구글이 6.1%입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가파른 상태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2022년 4903억달러에서 20.7% 증가한 59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전망치였던 18.8%보다 높은 수치죠. 클라우드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관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방대해졌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죠. 시장 점유율 1위인 AWS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둔화세는 극복가능한 것이라는 얘깁니다.

현재 아마존이 AWS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물러난 뒤 후임으로 AWS 부문 CEO인 앤디 재시가 맡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아마존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키운 제프 베이조스가 27년 만인 2021년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죠.

베이조스 전 CEO는 자리에서 물러냐면서 “현재 아마존이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지금이 CEO 전환을 위한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앤디 재시 CEO는 오랫동안 아마존과 함께 한 인물로,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재시 AWS CEO는 아마존 창립 3년 뒤인 1997년 아마존에 합류해 AWS팀을 이끌어왔습니다.

정리해보면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의 미래는 바로 AWS가 얼마나 버텨주느냐, 성장해주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AI의 시대로 본격화하는 미래서도 AI 반도체만큼이나 중요한게 바로 클라우드의 역할입니다.

MS계의 챗GPT, 구글의 바드 등 초거대 AI 서비스가 새로운 어젠다로 떠오른 이때, 일반 AI 모델에 비해 초거대 AI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이 압도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클라우드를 쥐고 있느냐가 AI의 시대에 또다른 성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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