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에로 배우였던 펑단, ‘中 고위층’으로의 화려한 변신 미스터리
“그녀의 수양아빠가 중국 최고지도자 중 한 명” 의혹 제기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4월4일 중국 언론은 한 여성과의 인터뷰 기사와 뉴스를 일제히 내보냈다. 주인공은 펑단 국제경제전략연구원장이라는, 중국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연구기관과 경제 전문가였다. 그러나 펑단을 인터뷰한 장소와 매체는 엄청났다. 무대는 3월28일부터 31일까지 하이난성에서 열렸던 '보아오(博鰲)아시아포럼(BFA)'이었다. 보아오포럼은 2002년부터 중국이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목표로 하이난성 충하이시 보아오진에서 개최해 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각별히 공을 들이면서 위상을 높여왔다.
실제로 시 주석은 국정과제로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보아오포럼을 연계시켰다. 또한 여러 차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2020년에는 개최가 취소됐고, 지지난해와 지난해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몇몇 오프라인 행사만 열렸다. 올해는 4년 만에 정상 개최되면서 전혀 달랐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50여 개국에서 온 20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따라서 리창 총리가 기조연설을 했다.
1990년대, 중국서 선풍적 인기 끌었던 성인영화 배우
이런 중요한 국제무대에 펑단이 초청받은 것이다. 게다가 펑단은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이 직접 주재한 세션을 비롯해 여러 토론회에서 발언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인 인민망, 하이난TV 등이 펑 원장과 인터뷰했다.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주류 매체다. 펑단이 이들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도 범상치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중국 기업이 변화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아래에서 성공적인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 언론은 국제경제전략연구원에 대한 친절한 소개도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유럽, 유라시아, 아시아ㆍ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ㆍ중동 등 5개 분원을 두고 있다. 설립 목적은 실력이 뛰어난 연구진과 고문단 진용을 갖춰 새로운 경제 상황 아래 중국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연구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설립됐을 뿐 소재지·연락처·홈페이지 등 알려진 게 전혀 없다. 또한 현재까지 구체적인 연구 성과도 선보인 적이 없다.
주목할 점은 국제경제전략연구원 설립식 모습이었다. 리바오둥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을 포함해 10여 명의 학계 석학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연구원 소재지가 아닌 시내 모처의 건물 대형 회의실에서 열렸다. 또한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연구원 입구에 매달 간판을 선보인 게 전부였다. 지금까지 중국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국제경제전략연구원 관련 인사는 펑단이 유일하다. 방대한 조직과 뛰어난 연구진을 이미 갖춰놓았고, 이에 탄력받아 이름을 알리는 다른 신생 연구기관들의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처럼 갑자기 떠오른 연구기관과 경제 전문가에 대한 의혹보다 중국인들의 관심은 펑단의 과거사에 쏠렸다. 펑단이 1990년대 중후반 중국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성인영화의 인기 배우였기 때문이다. 1995년 홍콩 연예계에 투신한 이래 펑단은 성인영화와 B급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169cm의 장신에다 글래머한 몸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화권 최고의 '성인영화 여왕'으로 등극했다. 당시 펑단이 스타가 된 데는 그녀의 예사롭지 못한 성장 배경도 한몫했다. 본래 펑단은 1974년 후난성에서 태어나 8세부터 발레 영재로 키워졌다.
14세에는 미국으로 보내져 뉴욕 줄리아드 무용 전공생으로 입학했다. 한때 장학금까지 받으며 발레리나로 성장하던 펑단은 주변 권유로 각종 미인대회에 나가 '미스 차이나 USA' '미스 화교 USA' 등 1위를 휩쓸었다.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열린 미인대회 본선에 참가했던 펑단은 발레리나 꿈을 버리고 성인영화 배우가 됐던 것이다. 이렇게 펑단은 중화권 전역에 이름을 떨쳤으나 1990년대 후반 들어 홍콩 영화산업이 쇠락하면서 2000년 중국으로 진출했다. 물론 2003년까지는 여전히 홍콩에서 성인영화와 B급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2004년 펑단은 중국으로 주거지를 완전히 옮겼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는 에로영화와 절연하고, 중국의 국가 시책에 따라 제작되는 애국·항일·군사 관련 영화와 드라마에만 출연했다. 이를 통해 펑단은 보수적이고 엄격한 중국 사회에서 어두운 과거를 세탁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중국 빈곤가정 아이들을 위해 여러 차례 기부하는 등 자선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2013년 간쑤성에서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해 90여 명이 죽고 600여 명이 다치자, 사비를 털어 구호물자를 사서 직접 피해 현장에 보냈다.
이를 계기로 펑단은 같은 해 간쑤성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선출되어 정계에까지 입문했다. 정협 위원이 된 후에는 간쑤성 여러 도시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이 같은 흥미로운 인생 역정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언론이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펑단은 영화와 드라마에 더 이상 출연하지 않으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정협 위원 재임도 2017년 끝났다. 그 후 펑단과 관련된 소식은 거의 없었다.
사실 이번에 보아오포럼 참석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펑단이 말한 내용이었다. 펑단은 최근 온두라스를 방문해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을 만났고 비즈니스 관계 활성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기업이 온두라스에서 발판을 마련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26일 온두라스는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13개국으로 줄어들었다. 펑단의 발언은 중국과 온두라스가 수교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외교무대에서 펑단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다.
중국 주류 언론, 펑단 옹호하는 기사 쏟아내
이렇듯 펑단이 돌출 행보를 펼치자, 적지 않은 중국인은 의문을 드러냈다. 지난 수년 동안 거의 은둔 생활을 했던 펑단이 갑자기 무슨 배경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재등장했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제경제전략연구원이라는 그럴듯한 연구기관과 뜬금없는 '경제 전문가'이라는 타이틀까지 단 것이다. 이에 대해 몇몇 연예계 종사자는 SNS에 "수년 전부터 펑단이 힘이 강력한 수양아빠를 만나 모시고 있다고 자랑해 왔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은 여러 정황을 들면서 그녀의 수양아빠로 중국 최고지도자 중 한 명을 지목했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단언하기 힘들다.
그에 반해 중국 주류 언론의 반응은 사뭇 흥미롭다. 대부분 "펑단은 과거에 분명 평범하지 않은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조국을 위해 끊임없이 봉사해 왔고, 지금은 국제경제와 민간외교 인사로 변신했다"는 식으로 옹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중화권 매체는 "펑단이야말로 중국공산당이 공들여 배출한 인재다. 성인영화 배우에서 당을 가장 사랑하는 홍색(紅色) 배우로 변신했고, 지금은 국가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은밀히 활약하는 모습은 중국공산당에는 훌륭한 선전 도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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