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설탕의 배신…12년 만에 최고가, 슈가플레이션 공포 키웠다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요 생산국들의 공급 차질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전체 식탁물가도 함께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설탕 가격이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설탕 5월 선물가격은 톤(t)당 690.2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엔 t당 702.5달러를 찍으며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7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설탕 가격은 2012년 이후 수출 주요국의 공급 확대와 양호한 날씨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2020년 전후로 시작된 라니냐가 공급 불안정을 일으키자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상승세에 탄력이 붙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주요 수출국인 인도의 수출 틀어막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2위 설탕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해 단행했던 설탕 수출규제를 올해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언론매체 '더 힌두'(The Hindu)에 따르면 지난 6일 산지브 초프라(Sanjeev Chopra) 인도 식품자원부 장관은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폭우로 생산 목표치인 3360만t 보다 40~50만톤 줄어들었다고 추정된다"며 "올해 설탕의 추가적인 수출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생산국들 역시 공급차질을 겪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을 포함한 남아메리카 일대가 가뭄에 시달리며 작황이 나빠졌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에 따르면 남아메리카 중남부 해안에 위치한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이 '극심한 가뭄' 혹은 '심한 가뭄'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유가와 브라질 헤알화 약세 등도 설탕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대체 원료인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가 늘어난다. 바이오에탄올의 주 원료는 옥수수, 대두, 원당 등인데 브라질에선 주로 원당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든다.
VN다이렉트증권은 "인도의 이상기후로 인해 설탕 공급이 예상보다 적었고 브라질 사탕수수 생산자들도 오히려 바이오에탄올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설탕 가격이 계속해서 고공행진할 거라고 보고 있다. 기후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고 봐서다. 3년 연속 지속됐던 라니냐가 겨우 끝났지만 뒤이어 찾아온 엘니뇨도 설탕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도, 호주, 브라질 지역에 건조한 기후를 발생시킨다. 이에 설탕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농산물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전환하는 국면에 있는데 이때 대안은 원당, 커피 등의 소프트 농산물"이라며 "곡물보다 소프트 농산물에 투자하는 걸 권고한다"고 했다.
설탕 가격을 지수로 추종하는 증권상품은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국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국내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ETF 구성 종목 중 설탕이 추가돼 있다. 미국 증시엔 투크리운 슈가(CANE) ETF, 인베스코 DB 어그리컬처(DBA) ETF 등이 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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