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의 산’ 롯데월드타워와 문필봉[안영배의 웰빙풍수]
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2023. 4. 15. 10:00

경남 밀양에는 조선 성리학의 거두이자 문장가인 점필재 김종직(1431~1492년)의 생가가 있다. ‘추원재(追遠齋)’라 불리는 이 집은 1389년 그의 부친이자 유학자인 김숙자가 지었다. 김종직은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일생을 마쳤다. 현재의 고택은 여러 차례 전란 등으로 허물어지고 낡은 집을 1800년에 새로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명당 터인 추원재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대문이다. 집 안쪽에서 활짝 열어젖힌 대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대문 사이로 삼각형 모양의 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서예를 할 때 쓰이는 붓처럼 생긴 산이라고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부른다. 이 고택은 대문을 통해 문필봉 기운이 온전히 들어오도록 ‘문필봉 뷰(view)’를 강조한 배치가 특징으로 꼽힌다.
명당 터인 추원재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대문이다. 집 안쪽에서 활짝 열어젖힌 대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대문 사이로 삼각형 모양의 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서예를 할 때 쓰이는 붓처럼 생긴 산이라고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부른다. 이 고택은 대문을 통해 문필봉 기운이 온전히 들어오도록 ‘문필봉 뷰(view)’를 강조한 배치가 특징으로 꼽힌다.

풍수에서는 명당 터에서 ‘잘생긴’ 문필봉이 보일 경우 과거 급제, 문장가나 대학자 출현 등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니 이 집은 후손 중 뛰어난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는 염원이 담겨 있고, 실제로 김종직 같은 성리학자가 배출됐다.
이런 배치는 조선 사대부들의 집에서 매우 유행했던 듯하다. 김종직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개실마을(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의 점필재 종택(1800년경 건립, 1878년 중수) 역시 대문 사이로 문필봉이 뚜렷이 비친다. 마치 한 마리 학이 집으로 날아드는 것처럼 문필봉의 기운이 대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하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풍수학을 강의하는 박정해 교수는 김종직의 종택을 두고 청학귀소(靑鶴歸巢·청학이 둥지로 날아옴)형 명당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배치는 조선 사대부들의 집에서 매우 유행했던 듯하다. 김종직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개실마을(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의 점필재 종택(1800년경 건립, 1878년 중수) 역시 대문 사이로 문필봉이 뚜렷이 비친다. 마치 한 마리 학이 집으로 날아드는 것처럼 문필봉의 기운이 대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하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풍수학을 강의하는 박정해 교수는 김종직의 종택을 두고 청학귀소(靑鶴歸巢·청학이 둥지로 날아옴)형 명당이라고 규정했다.

양반들의 문필봉 사랑은 안동 하회마을의 양진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풍산 류씨 대종가인 양진당 사랑채에서 대문을 바라보면 홀봉(笏峰)이라 불리는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각형 모양의 문필봉을 굳이 ‘홀봉’으로 표현한 데서 풍산 류씨들의 관직 진출 의지가 매우 높았음을 읽을 수 있다. 홀(笏)은 조선시대에 관리가 임금을 만날 때 손에 들던 패를 가리키는 것으로, 벼슬을 상징한다. 곧 홀봉은 ‘벼슬 산’을 의미한다. 홀봉의 기운이 작동했는지, 풍산 류씨가 하회마을에 터를 잡은 이래 100명에 달하는 과거 급제자들을 배출했다.
● 타워 뷰에서 고궁 뷰까지
흥미롭게도 이러한 ‘문필봉 뷰’는 첨단 건축물이 들어선 도시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서울 잠실의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는 문필봉 역할을 하는 ‘인공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붓끝처럼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모이는 외형을 갖추고 있어서 문필봉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자연 속 아름다운 문필봉이 시선을 끌 듯, 인공의 문필봉인 롯데월드타워 역시 도시인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고 있다. 서울 강남 쪽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 롯데월드타워 조망을 확보한 아파트나 사무실은 가치를 좀 더 쳐준다고 한다. 일종의 ‘타워 뷰’ 프리미엄인 셈이다.
● 타워 뷰에서 고궁 뷰까지
흥미롭게도 이러한 ‘문필봉 뷰’는 첨단 건축물이 들어선 도시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서울 잠실의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는 문필봉 역할을 하는 ‘인공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붓끝처럼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모이는 외형을 갖추고 있어서 문필봉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자연 속 아름다운 문필봉이 시선을 끌 듯, 인공의 문필봉인 롯데월드타워 역시 도시인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고 있다. 서울 강남 쪽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 롯데월드타워 조망을 확보한 아파트나 사무실은 가치를 좀 더 쳐준다고 한다. 일종의 ‘타워 뷰’ 프리미엄인 셈이다.

그렇다면 롯데월드타워가 문필봉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르는 경우 가능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필봉(롯데월드타워)이 보이는 당사자의 거주지가 명당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문필봉 기운과 명당 기운이 서로 감응(感應)을 한다는 게 풍수 원리다. 달리 말해 문필봉이 보이는 곳이라고 해서 아무 곳이나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 문필봉이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한국에서 최고 높은 롯데월드타워가 시선을 압도할 정도로 가까이 있을 경우 오히려 그 기운에 치이게 돼 해로움을 입을 수 있다.
한편으로 롯데월드타워를 자세히 살펴보면 최정상부가 두 가닥으로 갈라진 형태다. 이 때문에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건물이 붓처럼 보이거나 불꽃처럼 보인다. 붓은 음양오행상 목(木)의 기운으로 보아 학문, 교육, 성장 등을 상징하는 반면 불꽃은 화(火)의 기운으로 보아 예술, 종교, 우주, 확산, 분열 등을 상징한다. 풍수에서는 대상물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만약 롯데월드타워가 불꽃처럼 보이는 곳에 있을 경우 문필봉과는 달리 불기운의 작용으로 읽어야 한다.
현재의 롯데월드타워는 문필봉 기능보다는 심리적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역할을 더 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마천루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서울 강남의 부(富)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이다. 따라서 집의 베란다 혹은 건물 창문을 통해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는 것은 강남의 부와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 성취감, 혹은 자부심 등을 거주자에게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롯데월드타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몇 해 전 롯데월드타워 내 레지던스를 분양할 당시 ‘한강 뷰’를 확보한 북향 구조가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북향 구조물일 경우 한강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향의 장점인 햇빛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강이 보이는 북향을 선호하는 것은 물을 풍요와 재물의 상징으로 보는 풍수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보인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강처럼 큰 강이나 바다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가 풍수에서도 작동한다.
또 문필봉이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한국에서 최고 높은 롯데월드타워가 시선을 압도할 정도로 가까이 있을 경우 오히려 그 기운에 치이게 돼 해로움을 입을 수 있다.
한편으로 롯데월드타워를 자세히 살펴보면 최정상부가 두 가닥으로 갈라진 형태다. 이 때문에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건물이 붓처럼 보이거나 불꽃처럼 보인다. 붓은 음양오행상 목(木)의 기운으로 보아 학문, 교육, 성장 등을 상징하는 반면 불꽃은 화(火)의 기운으로 보아 예술, 종교, 우주, 확산, 분열 등을 상징한다. 풍수에서는 대상물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만약 롯데월드타워가 불꽃처럼 보이는 곳에 있을 경우 문필봉과는 달리 불기운의 작용으로 읽어야 한다.
현재의 롯데월드타워는 문필봉 기능보다는 심리적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역할을 더 크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마천루 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서울 강남의 부(富)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이다. 따라서 집의 베란다 혹은 건물 창문을 통해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는 것은 강남의 부와 연결돼 있다는 심리적 성취감, 혹은 자부심 등을 거주자에게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롯데월드타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몇 해 전 롯데월드타워 내 레지던스를 분양할 당시 ‘한강 뷰’를 확보한 북향 구조가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북향 구조물일 경우 한강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향의 장점인 햇빛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강이 보이는 북향을 선호하는 것은 물을 풍요와 재물의 상징으로 보는 풍수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보인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강처럼 큰 강이나 바다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가 풍수에서도 작동한다.

사실상 도시에서 풍수적으로 좋은 뷰는 오히려 ‘고궁 뷰’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고궁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은 아름다운 뜰과 정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오랜 세월 고궁 명당에 쌓인 상스러운 기운을 덤으로 누리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시각으로 접하는 외부 환경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므로 활용해볼 만하다.
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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