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민의 몸에 새긴 빼곡한 독일어,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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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 같다.
한 남자가 둥근 원 모양으로 자신을 에워싸는 무용수들 틈을 비집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하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나갈 것을 다짐한다.
한때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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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넓어지는 원'
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 같다. 한 남자가 둥근 원 모양으로 자신을 에워싸는 무용수들 틈을 비집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BTS 지민의 ‘셋 미 프리 파트 2(Set Me Free Pt.2)’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얘기다.
뮤직비디오에서 지민은 날개짓하듯 춤춘다. 펄럭이는 재킷 사이로 독일어가 빼곡하게 적힌 상반신이 드러난다. “결코 멈추지 않겠다(I never stop)”고, “날아가”겠다고 노래하는 그의 몸을 수놓은 글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넓어지는 원’ 중 일부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나오는 그 릴케다.
왜 지민은 이 작품을 택했을까. 시는 “넓어지는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간다”고 말하며 시작된다. 인간이 성장하며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켜나가는 걸 동그란 원에 비유했다. 연륜(年輪) 또는 나이테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원은 한계이기도 하다. 인간이 스스로 세운 울타리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택하기란 쉽지 않다. 익숙한 사람을 만나고, 듣던 노래를 듣는다.
성공적 삶으로 탄탄한 울타리를 갖춘 사람은 도전이 더욱 망설여진다. 한류의 상징이 된 BTS 멤버 지민이 첫 솔로 앨범을 내는 데 데뷔 이후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하지만 시인은 안주하지 않는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하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나갈 것을 다짐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한다.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내가 매인지, 폭풍인지, 아니면 한 곡의 위대한 노래인지.”
시에는 ‘20세기 최고의 서정시인’이라 평가 받는 릴케의 젊은 시절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다. 초기작 <기도시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릴케는 연작시들에 별도의 제목을 달지 않았는데, 후대에 번역자들이 붙인 '넓어지는 원'이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다른 제목이 붙기도 한다. 한글 번역본은 <두이노의 비가>(열린책들) 등 릴케의 초기 작품을 합쳐놓은 책에 실려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로 납치하다>에서도 일부 구절을 만날 수 있다.
릴케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 한때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뮌헨대학을 다니던 릴케는 인생을 뒤흔든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난다. 릴케보다 열네 살 많고 이미 결혼도 한 상태였다. 당대 이름난 작가였던 그녀는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청혼을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릴케는 살로메의 권유대로 이름 ‘르네’를 독일식 이름 ‘라이너’로 바꿨다. 그녀는 릴케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기도시집> 1부는 살로메와의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썼다. 시집 첫 장에는 이렇게 적었다. “루 살로메의 손에 바칩니다.” 이별의 슬픔을 겪은 뒤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 같은 대작을 써냈다.
1926년 51세로 사망했다. 장미 가시에 찔려죽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릴케가 생전 장미를 좋아해 생겨난 전설 같은 얘기다. 실제 사인은 백혈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위스 라론에 세워진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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