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잔뜩 난 스티븐 연의 폭주…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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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2021)의 순하디순하던 한인 이민 가족의 가장 스티븐 연이 화가 잔뜩 나서 돌아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은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세상에 쌓인 분노와 원망, 짜증, 슬픔, 좌절 등 휘몰아치는 거대한 감정을 모조리 쏟아낸다.
특히 스티븐 연은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감을 품고 사는 대니의 이른바 '찐따' 같은 면모를 현실감 있게 살려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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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영화 '미나리'(2021)의 순하디순하던 한인 이민 가족의 가장 스티븐 연이 화가 잔뜩 나서 돌아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은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세상에 쌓인 분노와 원망, 짜증, 슬픔, 좌절 등 휘몰아치는 거대한 감정을 모조리 쏟아낸다.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낡은 차를 후진하던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는 뒤에 있던 새하얀 벤츠의 신경질적인 경적과 손가락 욕에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벤츠를 추격하지만, 놓쳐버리고 온라인 차량 조회로 벤츠 운전자가 성공한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라는 걸 확인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마치 '이성'이라는 스위치가 딸깍하고 꺼진 듯 선 넘는 쌍방 복수전을 펼친다. 대니는 에이미 집에 찾아가 고급 목재로 된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갈겨버리고, 에이미는 대니의 사업용 소셜미디어(SNS)에 악플을 연달아 올린다.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고, 당한 만큼 되갚아 주는 복수전은 이들의 삶을 파멸로 끌고 간다. 극단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한 복수에 '왜 이렇게까지'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일편 공감이 간다. 누구나 분노에 휩싸여 발을 동동 구르거나 치솟는 짜증에 고래고래 악을 내지르고 싶었던 때가 있지 않나.
변변찮은 돈벌이에 철없는 동생을 돌보며 한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모셔 와야 한다는 장남의 무게감에 짓눌린 대니나 자수성가한 사업가지만 딸아이와 놀아줄 시간도 없는 데다 가족 부양에 전혀 관심이 없는 예술가 남편을 둔 에이미는 각자의 이유로 분노를 마음에 품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복수는 상대에 대한 증오가 아닌 책임감과 의무감에 점철된 자기 삶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돌리고 싶지만 차마 스스로 부정할 수 없는 자기 삶을 타인의 손으로 무너뜨리고 "너 때문에 망했다"는 변명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10부작으로 극을 이끄는 동양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특히 스티븐 연은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감을 품고 사는 대니의 이른바 '찐따' 같은 면모를 현실감 있게 살려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회당 30분 분량의 구성으로 매회 어디로 튈지 못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며 몰입감을 준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평가를 나타내는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영화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제작사 A24 작품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 및 제작을 맡았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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