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1개 안전점검에 고작 32만원 쓴 성남시…부실·불법하도급 가능성

(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붕괴된 정자교를 포함한 교량, 육교 등의 시설물에 대한 정기안전점검 비용으로 교량 1개당 평균 32만원 가량밖에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금액은 시설안전협회가 제시한 적정 점검비용의 7%밖에 되지 않아 부실점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뉴스1이 확보한 성남시의 2021년 상반기 정기점검보고서에 따르면 분당구는 교량 147개와 보도육교 33개 등 180개의 시설물에 대한 정기점검에 5720여만원의 용역비를 지출했다.

길이와 도로폭 등을 감안할 때 각 교량별 점검 비용이 차이가 있겠지만 교량 1개당 평균 31만8000원에 점검을 한 셈이다.

시설안전협회는 국토교통부의 정기안전점검 데이터를 기준으로 100m 길이의 교량에 대한 적정 정기안전점검 비용을 460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협회가 100m 교량을 점검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전문가 10명으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남시의 점검비용 31만8000원은 인건비에도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부실점검뿐 아니라 정기안전점검을 수주한 업체가 불법하도급을 맡겼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적정 점검비용의 7% 수준에서 용역계약을 체결, 정상적으로 점검을 할 경우 이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업체가 낙찰금액에서 일정 부분 이익을 제하고 프리랜서 등에게 점검을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도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지나가던 4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20대 남성 1명이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 이후 시 전역에 있는 211개 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