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이 되어 줄게요' 농구장의 모든 것을 담는 하승우 카메라 감독
[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선수의 재밌는 표정? 놓치지 않을 거예요!
현재는 직관을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 지하철에서 농구를 즐길 수 있다. TV 중계와 인터넷 중계로 우리는 실시간, 시간이 지나도 농구 경기를 볼 수 있다. 때로는 경기장에서 놓친 선수들의 표정, 장난까지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눈이 되어주는 SPOTV 하승우 카메라 감독을 만나봤다.
경기 시작 4시간 전 출근해서 카메라 포지션에 맞게 세팅하고 경기를 찍을 준비를 합니다. 식사 후에 선수 사전 인터뷰나 리포팅 영상을 담죠. 경기 시작 40분 전부터 최종으로 PD님과 인터컴을 끼고 소통해요. 무선을 확인한 뒤, 사전 스케치 영상이나 선수들 몸 푸는 영상을 미리 따죠. 이후 경기 영상을 찍은 뒤 철수까지 마치면 할 일 끝입니다.
경기 전 스케치 영상은 주로 어떤 걸 담나요?
한 선수만 집요하게 따라가기도 해요. 경기 때는 워낙 치열하니 경기 전 영상은 선수들이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잡아 다양한 화면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죠. 상대 팀이지만 친한 선수들은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가기도 해요. 이런 장면이 귀엽고 재밌잖아요. 관중이 재밌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으면 찍어두기도 해요.
여러 대 카메라가 맡은 일을 설명해주세요.
고프로까지 하면 보통 8대예요. 경기장 꼭대기에 있는 1번은 고속카메라로 공을 따라가는 장면을 찍어요. 공이 림에 들어가는 타이트한 컷을 맡죠. 메인인 2번은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찍어요. 3번과 4번은 공을 러프하게 따라가면서 선수를 타이트하게 잡아요. 예를 들면 반칙을 당한 사람, 반칙을 한 사람을 담당해서 중계에 교차 될 수 있도록 하죠. 5번, 6번은 골대 밑에서 작전타임에 감독, 선수들의 얼굴을 잡습니다.
골대 밑 카메라가 작전타임을 위해 코트를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일을 시작하면 골대 밑 카메라부터 배우기 시작해요. 5번, 6번을 제외하고는 작전타임에 감독님 뒷모습밖에 찍을 수 없으니 벤치로 들어가는 거죠. 자리 선점이 중요해요(웃음). 최대한 빨리 달려가서 양해를 구하며 비집고 들어가죠. 역할을 알고 계시기에 비켜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도 골밑 선수들처럼 은근하게 박스아웃을 하는 거죠.
모든 경기장의 골대 밑 의자는 바퀴가 달려있어요. 선수와 부딪치면 선수도, 카메라 감독도, 카메라도 다치죠. 선수와 부딪칠 것 같으면 발로 코트를 밀어서 뒤로 빠져요. 저는 다친 적이 없는데 이마에 상처 있는 분들이 많아요. 선수들이 건장하다 보니 가까이 오면 무섭기도 하거든요. 특히 외국 선수들이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뷰파인더를 보고 있더라도 양쪽 눈을 다 뜨고 있으라고 교육해요.
KGC 오마리 스펠맨이 카메라 감독으로 변신했을 때 이야기가 궁금해요.
선수들이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 말리지 않아요. 오히려 가서 알려주죠. 이야기 듣기로는 스펠맨이 혼자 카메라를 구경하고 있어서 카메라 감독이 줌인, 줌아웃, 포커스 맞추는 방법까지 알려줬대요.
다른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많죠. SK 최준용 선수가 복귀 전 관중석에서 팝콘을 먹으며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팔로우하면서 얼마나 먹나 찍어봤는데 많이 먹더라고요(웃음). 워낙 리액션이 풍부해서 재밌는 영상이 많이 나갔죠. 또 최준용 선수가 수훈 선수로 선정됐는데, 갑자기 최성원 선수를 불러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맡기더라고요. 이 일을 한 지 10년 됐는데 그런 장면은 처음이라 다들 ‘이게 가능해?’라는 반응이었죠. 해설진이 더 당황했을 텐데 신선한 장면이었어요.
재밌는 에피소드 더 있나요?
SK와 KGC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김선형 선수가 수훈선수로 선정됐어요. 프리랜서 친구가 일을 도와주러 왔었는데, 김선형 선수 아내를 본 거죠. 수훈선수 인터뷰가 나가는 동안 계속 화면에 담았는데, 부끄러워하며 인사도 해주고 반응도 해줬죠. 중계 끝나고 아내분이 친구를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대요. 친구가 김선형 선수의 팬이라 유니폼을 받고 싶어했는데, 집으로 국가대표 사인 유니폼을 보내줬어요. 친구는 정말 기뻐했죠(웃음).
카메라 감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찍은 화면이 하이라이트로 제작될 때가 가장 기뻐요. 진짜 좋다 싶은 건 후배들 교육할 때 보여주기도 하죠. 또 짧은 영상으로 제작되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때도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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